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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에도 이어지는 월경통? 만성골반통 검진 필요

중앙일보

입력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과 경희의료원의 만성골반통센터는 2007년 5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6개월간 만성골반통 무료검진 이벤트를 실시하여 선정된 24세에서 70세까지의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외래와 입원 챠트, 이벤트 참여시 작성한 설문지, 최종전화 설문 조사 등을 통하여 역학 조사를 시행하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만성골반통으로 의심된 환자들의 호소한 주요 증상은 하복부 통증이 52.1%로 가장 많았다. 통증의 발병 시기는 2년 이상인 그룹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만성골반통 센터에 내원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고생하였으며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평균 연령은 43.9세로 40대의 여성이 33.8%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30대, 50대 순이었다.

만성골반통센터를 찾은 주요 증상은 하복부 통증, 후골반부통증, 요통, 월경통 등의 순이었으며 비뇨기계 증상, 성교통, 위장관 증상, 두통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치료 전 후의 통증의 경감 정도. 복강경하 수술 13건과 내과적 치료를 시행한 후 치료 전과 후의 통증의 정도를 비교해 보니 76.1% 환자들이 견디기 힘든 통증의 경감에서는 확실한 차이를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심한 통증을 느낀다는 25.4%의 경우는 1) 유병기간이 2년 이상인데 비해 본 이벤트 기간은 6개월로 치료의 과정 중에 있다는 점과 2) 심리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해결될 수 없는 원인(가족, 경제적 문제 등)으로 발병한 경우 그리고 3) 이전 치료에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통증 재발한 여성들이었다.

증상만큼 원인질환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부인과 질환. 특히 자궁내막증, 수술 후유증에 의한 골반 내 유착증, 자궁선근증. 난소 잔류증후군 등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정신적인 원인. 스트레스 상황을 맞으면 자궁이 비정상적인 수축을 하고, 이로 인해 자궁 내 혈액이 정체돼 울혈 상태가 되거나, 생리혈이 골반강이나 자궁근육층으로 역류해 만성통증의 원인이 된다. 재발성 방광요도염, 요도증후군, 간질성 방광염 등 비뇨기계 질환도 문제를 일으킨다. 이밖에도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근막동통증후군 등이 만성골반통 환자에서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는 질환들이다.

정확한 검사로 원인 파악이 급선무
만성골반통은 증상이 모호한 만큼 정확한 원인을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배가 해 안 된다. 우선 정밀검사에 들어가기 전에 선별검사를 거친다. 산부인과 진찰. 문진. 일반적인 검사에 초음파 검사가 추가된다. 자궁근종이나 선근증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 난소정맥류나 배란 장애가 있는지, 또 자궁이 비정상적으로 수축되는지도 가려낸다. 부인과 내진을 통해 배를 누르면서 특정 부위가 아픈지 찾아내는 것도 선별검사에 포함된다.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자기공명 영상장치(MRI).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한 혈관조영술 등 첨단 장비 등을 동원하여 자궁 모양을 살피고, 혈관 전체의 정맥류 상태와 선근증을 확진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진단적 복강경이 동원된다. 원인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뱃속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러한 진관적 복강경 검사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장점이 있다. 종래 진단 실패율이 65%나 됐지만 '비정형성 자궁내막증'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자궁내막증이 만성골반통 환자의 80%까지 된다는 보고가 있다.

정신적, 심리적 접근 방법 필요
통증의 원인이 정확하게 드러나면 치료는 쉬워진다. 약물 요법과 함께 수술로 근본 치료를 한다. 복강경 검사의 경우 조직검사를 하고, 염증을 예상해 배양검사를 한 뒤 결과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한다. 예컨대 내막증이 있다면 병소를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절제하거나 전기소작술로 태워 없애고, 자궁을 보존하기를 원하거나 출산이 필요한 환자에서 월경곤란증이 심한 경우에는 자궁천골 인대를 절단하기도 한다. 또 자궁이나 골반 유착으로 통증이 유발된 경우엔 이를 박리해 주는 수술을 한다. 골반층이 심하고 치료에 실패한 경우 35세 이상의 부인에서 자궁적출술이나 난소난관절제술도 고려하지만 가임기 여성에선 신중을 기한다. 특히 자궁을 보존할 필요가 있을 때는 자궁천골인대 신경소작술을 시행한다. 정신과적 치료도 필요하다. 오랜 세월 통증에 시달린 데다 치료법을 찾지 못해 대부분 우울증과 불안증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 특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골반통의 경우 정신과적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정신적. 심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 사례 #1. 고통의 세월
16년 전부터 당뇨 진단을 받고 치료중인 김씨(63세)는 6년 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했다. 디스크 수술 전인 8년 전부터 배뇨통, 진료, 야간뇨, 회음부 통증 등의 증상으로 여러 대학병원 비뇨기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4년 이상 염증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해 왔으나 증세가 좋아지지 않았다. 작년부터는 통증 때문에 너무 아파 걸어 다니는 것은 물론 제대로 앉아 있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되어 집안 외에 바깥출입은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중앙일보 무료검진 기사를 접하고 만성골반통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3개월 간 약물치료를 진행한 결과 수술을 결정해 골반경하 자국경부상부 적출술, 양측 자궁부속기 절제술, 자궁천골인대 신경 소작술, 유착제거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1년 넘게 꾸준한 약물치료와 면역증감요법으로 현재는 통증 없이 편안한 상태이다.

■ 사례 #2. 해결책 찾기 힘든 문제, 가족
▶ 남편
양모씨(27세)는 2006년부터 아랫배가 심하게 아프고, 심한 생리통과 함께 월경불순이 나타나 인근 개인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가 만성골반통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말에 전문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양씨는 친구들에 비해 어린 나이에 결혼해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있는 학부형이다. 문제는 남편과의 관계, 여성스런 성격의 남편은 내성적이면서 예민해 매사를 부드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 토라지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자기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문제가 생겨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하면 밖으로 나가 버리기 일쑤다. 아들도 초등하고 고학년이 되면서 양씨의 말을 듣지 않아 요즘은 사춘기가 빨리 온다는 다른 학부형의 이야기가 귓가를 맴돌고 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다.

양씨는 진단적 골반경을 시행하여 자궁선근종과 비정형적 자궁내막증, 골반울혈증후군에 유착증까지 발견되어 골반경하 근막하 자궁부분절제술을 비롯해 양측 난관 절제술, 유착 제거술을 시행했다. 난소는 보존함. 그 후 약 6개월간의 약물 및 호르몬 제재와 면역요법 치료로 현재 통증은 거의 호전된 상태이다.

▶ 자녀 1.
65세의 윤씨는 3년 전 자궁탈출증과 요실금 증상으로 고생하다 2년 전 인근 대학병원 비뇨기과에서 천극인대 질고정술과 요실금 수술을 받았다. 그 후부터 외음부 통증과 요통, 성교통 등 골반통증으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윤씨는 호르몬 제재와 함께 정온제 그리고 면역 증강 요법을 동시에 받고 나서 통증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정온제는 쉽게 말해 안정제에 해당하는 약물이다. 의사가 이런 약물 요법을 병행하게 된 이유는 윤씨에게 28살 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때문에 20년 이상 만성적인 심리적 정신적 물질적 고통이 계속되었고 수술도 이러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 자녀 2.
48세의 김씨는 약 5년 전부터 아랫배와 회음부에 통증이 있어 인근 병원에서 호르몬 치료를 해 왔다. 그러나 통증은 개선되지 않았고 작년 초에는 통증이 더욱 악화되어 전문센터를 방문한 사례이다. 김씨는 정신지체아의 자녀 때문에 몇 년째 신경안정제를 복용해 오고 있다. 검사 소견에 따라 골반경하 근막하 자궁부분절제술과 양측난관절제술, 유착제거술을 시행하였으며, 수술 후에는 면역증강 요법 치료를 병행해 현재는 통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례 #3. 할머니의 이름으로
56세의 박씨는 4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3살 난 손녀를 봐주고 있다. 만성골반통 증상으로 손녀를 안아 주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이지만 폐경과 함께 찾아온 ‘할머니의 의무’ 때문에 박씨는 3년 째 인근 동네를 벋어나 본적이 없다.

박씨는 2년 전 자궁이 정상위치보다 내려와 질 입구 밖으로 쳐진 상태인 자궁탈출증으로 인근 대학병원에서 질식자궁적출술과 전, 후 질벽성형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3개월 후부터 아랫배가 아프고 외음부와 항문 주위에 통증이 생겨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악화 되었다. 남편 병수발과 손녀를 봐주는 것도 힘들어졌으며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가 되자 주치의의소개로 전문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박씨는 손녀와 함께 잠에서 깨고 손녀와 함께 잠이 들고 아픈 남편 병수발도 함께 하는 생활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 지고 있다며 신세한탄을 했다. 골반경하 양측 부속기 절제술과 맥콜 질후벽 봉합술, 질후벽 성형술과 유착제거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후 체외자기장 요실금 치료 및 약물, 호르몬 제재, 면역 요법을 병행해 현재 통증이 완화된 상태로 일반외과와 산부인과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중이다.

가족의 관심과 배려가 치료의 시작
10년이 넘게 만성골반통을 연구하고 있는 허주엽 원장은 만성골반통을 “산부인과 영역의 숙제”라고 말하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한다. “만성골반통으로 인해 여성 삶의 질적 저하는 단순히 통증으로 인한 개인적인 고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부부 갈등과 가족내 불화 심지어 별거, 이혼 등의 가정해체라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남편이나 가족들은 고통을 겪는 아내와 엄마에게 ‘또’ 아프냐고 하며 귀찮아하거나 구박까지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만성골반통의 치료의 시작은 가족의 관심과 배려입니다” 고 했다. 허원장은 “ 의사와 환자의 진솔한 대화가 없이는 만성골반통 치료는 참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가 병을 앓게 된 계기, 치료 시기가 늦어진 이유 등 발병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자신의 내면을 다 꺼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하는 교감 없이는 치료가 정말 어렵습니다”며 치료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당연히 진료시간도 길게는 1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진료비에 상담료가 없다는 점, “우리나라의 진료 환경이 정확한 진단의 최대장애”라고 허원장은 전한다.

■ 도움말 :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여성의학센터 허주엽 병원장

조인스닷컴 이승철(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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