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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을 찾아서] 자신을 밑천 삼아 ‘꼬인 삶’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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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 『세상에 나를 이기는 역경은 없다』등 두권의 자전기록물은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하고 있다

▶ 월터 앤더슨(사진왼쪽):미국의 저소득층 문맹 퇴치운동에 참여. 공영 교육방송 PBS의 이사.
로저 에일스(사진오른쪽):폭스 뉴스 TV회장. 미국 최고의 정치 전력가.

“단잠에 빠져 있던 중 별안간 뺨이 얼얼하여 눈을 벌떡 떴다.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아버지였다. ‘내가 멍청이로 보이나 본데, 버르장머리 좀 고쳐주지.’ 아버지는 얼굴을 감싼 내 두 손을 얇은 종이를 떼듯 쉽게 떼냈다. 다시 날아오는 오른 손을 잽싸게 피하고는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세상에 나를 이기는 역경은 없다』 15∼16쪽)

“1962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나는 두 개의 취업 제안을 받았다. 하나는 라디오 방송국의 스포츠 아나운서였고, 다른 하나는 TV방송 소품 담당이었다. 아나운서 쪽이 월급은 많았다. 그러나 앞날은 TV에 있음을 알았다. 말이 소품 담당이지 심부름꾼이었다.

‘어이, 커피 좀 갖다 줘’하는 소리를 듣는…. 나중에 보조PD로 승진했을 때도 계급장 달린 사환 정도였다.”(『You are the Message』 41쪽)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언론사 CEO의 자전 스토리 두 개는 닮은꼴이다. 불우했던 성장환경이란 공통점, 그걸 넘어서는 입지 전적 성공담이 그것이다. 『세상에 나를 이기는 역경은 없다』의 앤더슨의 경우 워싱턴 포스트 등이 주말판으로 발매하는 ‘퍼레이드’의 편집인으로 매주 총 3천6백만부의 정기간행물을 쏟아내는 ‘퍼레이드 퍼블리케이션스’의 회장. 그러나 성장기에는 주정뱅이 아빠에게 구타당하는 10대였다.

17세 때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도 뒷골목 양아치 생활의 탈출구였다. 『You are the Message』의 폭스 뉴스 TV 회장 에일스도 엇비슷했다. 밑바닥은 아니라지만, 그의 아버지는 GM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아르바이트로 겨우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한 방송국에서도 사환 취급을 받던 애송이에 불과했다. 어쨌거나 이런 삶을 바탕에 깐 두 책은 ‘인품 거룩한 자서전’과는 거리가 멀다. 즉 인생파들의 삶의 스토리인 셈이다.

어깨 힘을 뺀 두 책은 친근하게 읽히지만, 꽤 오래 전에 선보였던『당신을 S.O.B라고 부르거든 웃어라』(동아출판사)의 USA투데이 발행인 앨 뉴하트의 책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달동네 출신 뉴하트의 자서전이 세상이라는 정글에서 승리했던 ‘20세기 마키아벨리의 기록’이라면,『세상에 나를 이기는 역경은 없다』는 가슴 뭉클한 순수의 기록이다.

즉 ‘꼬이는 삶’을 대역전시킨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이를테면 꼬마 앤더슨을 구타했던 아버지는 알고보니 생판 남이었다. 나중에 어머니의 고백에 따르면 앤더슨은 유대인과의 사이에 낳은 사생아라는 사실이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까. 서른여섯에 퍼레이드 편집인이 되면서 인생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그가 저소득층의 인권 운동에 뛰어드는 과정도 감동으로 연결된다.그가 밝힌 성공의 키워드는 ‘도전’으로 요약된다. “운명이란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다. 기적도 아니다. 운명은 의지의 선택이다.” 이런 어록이 진부하다고? 책을 읽다보면 그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You are the Message』의 에일스는 독자적인 커뮤니케이션론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자전 기록을 토대로 ‘어떻게 남들에게 당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코치 해준다.

핵심은 현재의 당신 자체가 밑천인데, 남의 말에 흔들려 다른 사람을 흉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셜 맥루언의 유명한 말 ‘미디어가 곧 메시지다’를 패러디한 책 제목도 그 때문이다.

“당신을 독특한 당신으로 만드는 것, 당신의 외모와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신념, 당신의 경험으로 이미 당신은 어디에서든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에일스가 말하는 현대사회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변화하지 말라.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는 역설은 여기에서 나온다. 이런 메시지는 그가 20세기 폭스 등에서 PD로 일할 때 닉슨·레이건·조지 부시 등 미국의 역대 대선후보의 미디어 전략가로 승승장구하며 얻어낸 노하우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결국 두 권 모두 전통적인 성공담에 더한 ‘플러스 알파’의 메시지가 확실하다는 점은 흥미롭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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