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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頂商 외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프랑스의 콧대」 샤를 드골은 일본총리들을 『트랜지스터 장사꾼같다』고 비하(卑下)한 적이 있다.정상(頂上)간의 대좌에서 「장사꾼같은 상담(商談)」은 질색이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그 드골의 기개를 이어받은 온건 드골주의자다.태국 방콕의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참석하면서 『나의 목적은 간단하다.우리는 10년내 아시아 시장점유율을 3배로 늘려야 한다.프랑스의 미래는 아시아에 서 펼쳐질 것』이라고 공언했다.시류의 변화를 절감한다.
정상들이 「개인 외교」로 자기네 기업들을 돕는 「정상(頂商)외교」는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가 모델이다.미국과 프랑스가 걸프전쟁에 신경을 쏟는 동안 그는 중국을 조용히 드나들었다.93년 40억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중국이 수입하는 자동차는 65%가 폴크스바겐이다.지멘스는 광저우(廣州)시내 지하철망을 건설중이다.영국의 메이저 총리가 영국 산업체들로부터 『우리 총리는뭣하고 있느냐』고 달달 볶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성장 수요로 흥청거리는 아시아는 유럽인들에게 새로운 「봉(鳳)」이다.미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로 아시아를 자기편으로 묶으려 하자 유럽이 ASEM으로 팔을 뻗었다.당초 ASEM의 주요 의제는 연소노동과 여성권리등 인권 문제였다.이거북한 의제들을 유럽쪽이 쉬쉬한 이유도 경제적 이해 때문이었다. 미국대통령과 일본총리는 중요한 의제일수록 워싱턴이 아닌 미국 서부쪽에서 조용히 만난다.빌 클린턴은 5시간을 날아가고,하시모토 류타로는 도쿄(東京)에서 10시간을 날아온다.미국쪽 성의표시다.
정상의 나들이는 더이상 「임금님 행차」가 아니다.국무위원들이공항에 도열하는 우리의 요란한 「국빈(國賓)」나들이는 시대와 한참 동떨어진다.온갖 의미부여로 그 당시만 떠들썩하다가 「회담이후」의 진행상황은 흐지부지되는 것이 우리식 정 상외교였다.「모든 외교는 국내정치」라고 하면 할말이 없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메이저 영국총리가 공동기자회견때 우리측이 질문 두개로 회견을 끝낸데 당혹,서울의 영국인에게 『한국에언론자유가 있느냐』고 물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난주 보도했다.「양국 정상이 개인적 유대까지 돈독히했다」는 우리측 발표가절로 쑥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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