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난 심각하다는데…김하중 장관, 깊어가는 고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2호 17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북한 식량 지원에 대한 고민이 이번 주부터 더 깊어진다. 6월 초부터 두 주 동안 북한 식량 사정을 조사했던 세계식량계획(WFP)의 보고서 기본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종국 웹사이트 ‘릴리프 웹’은 26일 WFP와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식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전했다.

함경북도·양강도, 함남 일부 지역의 상황은 ‘카테고리-3급’이다. 5등급 분류에서 3급은 심각한 상황을 뜻한다. 식량 사정이 안 좋다는 평가가 나오면 대개 2급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은 카테고리-5급이다. 설사와 전염병의 만연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은 정부 당국을 불편하게 만든다. 7월 16일 서울을 방문했던 장피에르 드 마저리 WFP 평양 주재 사무소장도 김 장관에게 북한 식량 사정을 설명하고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촉구했다. 거기다 WFP 보고서의 내용도 알려졌다. 압박 요소다. 그러나 정부는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국제기구보다 먼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시간과 상황이다. WFP는 8~9월이면 북한이 아사 직전 단계인 ‘카테고리-4급’ 상황으로 넘어간다고 본다. ‘효과도 있고 생색도 내는’ 지원을 하려면 한 달 사이에 결론 나야 한다. 사실 통일부는 차관 형태의 식량 지원을 북한에 부담 없는 무상 원조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준비해 놨다.

그러나 ‘금강산 총격 사건’으로 국민 감정은 지원을 외면하는 지경이 됐다. 식량 지원을 남북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통일부의 구상은 점점 더 헝클어지고 있다. 사정은 서둘러야 되는데 형편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김 장관의 딜레마다.

한편 북한 관측통들은 25~27일 베트남을 방문하는 박의춘 북한 외무상의 동선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위한 정지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2007년 10월 농 득 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을 초청했었다.

외교통상부 이경수 남아시아대양주국 국장은 “김 위원장의 방문 논의 때문에 온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싱가포르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에 온 것을 계기로 지역 국가를 방문하는 통상 외교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27일 박의춘 북한 외무상, 베트남 일정 마친 뒤 중국 방문 나서 ●27일 이상희 국방장관, 터키 방문 위해 출국. 30일까지 머물며 방산 협력 문제 등 논의 ●31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쇠고기 특위 기관 보고 및 청문회 참석 위해 국회 출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