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구촌여성 연하남편 맞이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세계는 지금 「역전혼(逆轉婚)」 열풍.아내의 나이가 남편보다많은 이른바 「역전혼」이 지구촌의 새로운 결혼패턴으로 자리잡고있다. 이런 경향은 여성의 평균수명이 길고 이혼.재혼이 많은 선진국일수록 더욱 뚜렷해 유럽.미국 등 서구에서 「연상녀.연하남」커플은 이제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할 정도.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에 따르면 90년대초 결혼한 2백여만 커플중 아내 나이가 많은 결혼이 전체의 25%에 이르고 있다.70년 16%,87년 22%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식 결혼보다 동거가 일반적인 유럽의 경우 『남자쪽 나이가 어린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독일 퀼른대의대 부속병원 정신과 의사 이선희씨는 말한다.
우리나라 인형작가 김영희씨가 13세 연하 독일남성과 결혼,두아이를 새로 낳고 모두 5명의 자녀를 키우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후생성의 94년 인구동태 통계에 잡힌 「역전혼」커플은 전체부부의 16.4%나 된다.70년 10.3%에 비해 6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결혼보다 일을 택하는 여성들이 늘어나 여성의 만혼화(晩婚化)가 일반화된 것,경제력을 가진 여성들이 「오빠같은 남편」보다 「죽이 맞는 친구」「동생같은 남편」을 선호하게 된 것 등이 이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일본의 결혼상담기관 올트먼이 95년에 조사한 「20대 후반 여성이 말하는 연하남편의 좋은 점 10가지」를 보면 ▶상대가 젊으니까 나도 젊은 기분으로 살 수 있다가 1위 ▶사고방식이 유연해 좋다가 2위.
▶(남편이) 먼저 죽을 확률이 낮다 ▶귀엽다 ▶피곤하게 굴지않는다 ▶권위적이지 않다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다는 의견도많았다. 남자쪽이 말하는 「연상아내가 좋은 점」으로는 ▶인생 선배로서 믿고 의지할 수 있다 ▶피곤하지 않다▶어리광을 피울 수 있다 ▶경제력이 있다 ▶무리한 부탁을 받을 염려가 없다 등이 꼽혔다.
영화배우.가수.작가 등 열린 의식의 소유자들이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애정생활로 매스컴을 장식하는 것도 일반인의 「역전혼」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요인이다.
최근까지 40대 남편과 살았던 60대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역시 20세 이상 연하 남성들과 염문을 뿌리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5세연하 테니스 스타 애거시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브룩 실즈…. 인형작가 김영희(13세 연하),가수 심수봉(7세 연하),노사연(3세 연하)씨등 우리나라 여성중에도 유명한 「연상아내」들이 많다.
이같은 역전혼의 한국에서의 상황은 어떨까.
우선 통계상으로는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통계청 인구통계과 박경애 사무관은 『부부간 연령차이는 사회.문화적 변화추세를 읽어내는데 아주 중요한 변수』라고 전제,『그러나 우리나라 인구통계 조사항목에는 아직 이 부분이 들어있지 않다』고 말한다.
단일민족 국가로서 혼인에 관한 규범이 유난히 엄격하고 부모의영향력도 강한 우리나라에서 역전혼이 통계치로 잡힐 만큼 많지는않으리란 것이 朴사무관의 견해.
하지만 교육수준과 경제적 자립도가 높은 고학력 여성들간의 의식변화는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빠른 것 같다고 덧붙인다.
서울대 농가정학과 한경혜교수는 『역전혼까지는 모르지만 부부간의 평균 연령차이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다.특히 요즘 여대생들은 남자가 두세살만 많아도 「아저씨」「할아버지」라 부르는 등 같은 또래나 연하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다는 것.
『적극적이고 자신있는 여성일수록 의지가 되는 상대를 찾기보다반말을 할 수 있다거나 함께 담배를 피울 정도로 편안한 남자를선호하지요.』 여성의 경제적 예속에서 인생의 동반자나 평등한 파트너를 찾는 쪽으로 결혼의 의미가 변하고 있는 만큼 더이상 남성에게 지배당하고 싶지않은 신세대들 사이에 「역전혼」이 늘어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견해다.
현재 심각한 남초(男超)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결혼적령기에 이르는 15년후 쯤엔 우리나라에도 인구구조에 따른 「역전혼」이 일반화될지 모른다는 전망 또한 등장하고 있다.
이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