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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만 중고차 고객 잡기 新적벽대전

중앙일보

입력

월간중앙 자본력·브랜드파워·기술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중고차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캐피탈·GS·SK가 어우러지는 대기업 간 중고차 新적벽대전-.


중소 매매단지를 형성한 소규모 사업자들이 주종을 이루던 중고차시장에 자본력·브랜드파워·기술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속속 뛰어들면서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SK엔카·현대캐피탈·GS칼텍스가 온라인 중고차 쇼핑몰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SK네트웍스가 중고차 매매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함에 따라 중고차시장에 일대 격변이 일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가 파격적 수리 보증 서비스를 내세워 중고차 오프라인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처럼 중고차시장에 체계적 진단과 품질보증을 앞세운 대기업이 잇달아 진출하면서 서비스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중고차시장에 진입한 대기업 1호는 SK그룹 계열사인 SK엔카. SK엔카는 2000년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서 수리 보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고차 매입 후 3개월, 5,000㎞까지 품질을 보증하기로 한 것.

그런데 한 지붕 계열사인 SK네트웍스가 7월부터 2년, 4만㎞로 보증기간을 확 늘린 서비스를 선보였다. 3~5년인 신차 품질보증기간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보증기간 내에 차량 수리가 24시간을 초과하면 무상으로 동급의 렌터카를 빌려준다. 같은 그룹 계열사조차 기가 질릴 수준의 선전포고를 날린 셈.

SK네트웍스는 자동차 정비사업이 주력인 ‘스피드메이트’를 통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나아가 SK네트웍스는 하반기에 대대적인 사업 확대를 추진키로 함으로써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될 전망이다.

SK네트웍스가 이처럼 초강수로 나오자 다른 대기업들도 수성에 나섰다. GS칼텍스의 자회사인 GS넷스테이션은 기존 사이트인 ‘얄개닷컴’을 ‘GS카넷(www. gscarnet.com)’으로 새롭게 개편하고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GS카넷은 매매에 관련한 모든 자료를 한꺼번에 모아 놓은 ‘매매 가이드’ 코너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상세한 중고차 정보를 제공한다. 또 GS홈쇼핑의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인 GSe스토어와 업무 제휴를 통해 중고차 매물 정보를 서비스한다.

이에 앞서 현대캐피탈은 ‘오토인사이드(www.autoinside.co.kr)’, GS칼텍스는 자회사인 GS넷스테이션을 통해 지난해 말 각각 홈페이지를 개장했다. 지난달 문을 연 ‘카멤버스’는 국내에서 처음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했다. 고객이 차량을 인도받을 때까지 은행이 결제 대금을 일시 보관하는 시스템이다.

오토인사이드는 1990년 이후 출시된 모든 차종의 데이터베이스를 모아 놓은 현대차그룹의 방대한 자료를 활용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금융 전문회사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중고차 매물의 기간, 선수금별 월 할부금액을 보여주기 때문에 구입하기 전 개인의 재정 상황에 맞는 자금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중고차를 구매할 때 꼭 필요한 자동차보험·운전자보험, 보장 서비스를 오토인사이드 안에서 모두 선택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는 셈이다.

오토인사이드는 중고차를 판매하려는 딜러나 일반 개인에게도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딜러들은 현대캐피탈이 제공하는 ‘오토포인트(Auto Point)’를 이용해 무료로 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 일반 고객도 회원으로 가입하면 선물로 지급되는 오토포인트로 별도의 비용 없이 차량을 올릴 수 있다.

다른 자동차 할부금융회사들도 중고차 할부 때 자사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무상으로 차량을 수리해주는 보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캐피탈이 상품에 따라 기본 5개월, 5,000㎞에서 최대

1년, 1만㎞까지 보장하는 데 이어 대우캐피탈도 6개월, 6,000㎞를 보증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중고차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국내 중고차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85만 대로, 신차시장 규모인 130만 대를 크게 넘어섰다.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것보다 훨씬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가운데 기존 매매업자 간의 거래가 전체의 55%며 나머지 45%가 개인 간 거래다.

개인 간 중고차 거래가 45%나 되는 것은 소비자들이 매매업자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국내 중고차시장의 경우 품질보증에 대한 신뢰 결여로 중고차업자를 거치기보다 지인 등을 통해 중고차를 사고파는 경우가 일반화해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품질보증’을 무기로 이들을 끌어들인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공급자 위주인 국내 중고차시장의 약점을 간파한 SK네트웍스는 ‘2년, 4만㎞ 무상 품질보증’이라는 파격적 제안을 무기로 시장 평정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SK네트웍스가 “세상이 깜짝 놀랄 약속”이라고 자랑하는 ‘2년, 4만㎞ 무상 품질보증’은 국내 업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높은 수준의 보증 서비스로 평가된다. 국내 다른 업체들이 2,000~1만㎞ 내외를 보장하는 것에 비해 4배 이상 긴 보증기간을 제시하는 셈이다.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서비스를 압도한다. 일본 도요타의 중고차 보증은 1년이며, 닛산은 부품별로 6개월~1년까지 선택적으로 보증한다. 미국의 중고차업체인 카맥스는 유료 회원제를 통해 1∼3개월 정비 할인을 해주는 정도가 전부다.

스피드메이트는 중고차 구입 가격과 판매 가격 산정에서도 전문 진단평가사의 진단 결과와 전국 시세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가장 합리적이고 투명한 가격정책을 시행한다.

스피드메이트 중고차의 기본 개념은 SK네트웍스가 지역별 중고차 매매업자와 제휴해 이들로부터 중고차를 공급받은 뒤 자체 점검과 가격 평가 시스템을 통해 품질과 가격을 매긴다는 것이다. 이후 온·오프라인을 통해 중고차 구입을 원하는 고객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SK네트웍스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의 경우 스피드메이트 중고차와 제휴하면 당장은 대당 수익이 25% 줄겠지만, 중고차의 회전율이 2.5배 이상 늘어나 실제적으로는 매매업자의 수익이 9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스피드메이트 중고차가 확보한 중고차는 700여 대인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대규모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11년에는 국내 중고차시장을 300만대 규모로 키워 이 가운데 30% 이상을 점유한다는 것이 목표다.

백승한 스피드메이트 사업본부장은 “기존 중고차매매업 종사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국내 중고차시장이 이만큼 성장해 왔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지금 고객들은 국내 중고차시장이 선진 유통시장으로 한 차원 더 도약하기를 바라며, 이에 SK네트웍스가 가진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 기존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실물을 보지 않고도 중고차를 살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백 본부장은 또 “SK네트웍스는 중고차사업을 추진할 때 무엇보다 기존 중고차매매업체 및 관련 종사자들과의 ‘상생’은 필수며, 이를 중고차 사업의 최우선 원칙과 과제로 생각한다”고 밝힘으로써 중고차사업 추진 과정에서 중소 업체 및 개인 매매업자들과 적극적으로 제휴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를 위해 ‘제휴 파트너 제도’와 같은 구체적 상생 모델의 검토를 이미 마쳤다.

대기업들의 거침없는 행보에 가격 책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도 신뢰 회복을 위해 나섰다. 서울 장안평중고차시장의 김진영 딜러는 “수수료를 일정비율로 공개하는 등 조합 차원의 자정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나 매매단지별로 제각각이던 매도비도 단지별로 통일화하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율현동 강남매매단지의 이성윤 딜러는 “예전에는 매도비가 딜러마다 조금씩 상이했지만, 지금은 단지 내에서 단일가격을 받자는 의견이 나와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2005년 관련법 개정 이후 자체 성능점검센터를 통한 차량성능점검기록부도 발행한다. 차량 사고 유무나 이상 여부를 소비자들이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대기업과의 제휴로 생존을 모색하는 매매업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SK네트웍스와 제휴한 곳만 15~20곳에 달한다.

하지만 난관도 만만치 않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K네트웍스가 중고차시장 진출을 발표하자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거대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횡포’라며 집단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SK네트웍스가 파격적 서비스로 중고차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SK그룹 내 ‘집안경쟁’도 벌어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그룹 내 3개 회사가 중고차를 놓고 일전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SK에너지의 사내 벤처회사로 출발해 2000년 계열분리한 ‘SK엔카’가 온라인 중고차 매매사업을 하는 데 이어 지난달에는 SK에너지가 자동차 전문 포털사이트 ‘드라이빙 월드 엔크린 닷컴(www.enclean.com)을 확대 개편하면서 중고차 매매업에 재진출했다.

SK엔카 관계자는 “보증기간에서 SK네트웍스에 불리한 점이 있지만, 우리는 가장 많은 매물을 가지고 있어 고객들이 다양한 차종을 구할 수 있다”면서 “차량 진단 서비스와 보증 서비스로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김완진 월간중앙 객원기자

온라인 중고시장 전성시대

산업장비까지 ‘저스트 클릭’으로 해결

과거 동네 ‘재활용센터’가 중심이던 중고시장은 요즘 온라인시장이 대세를 이룬다. 특히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중고 거래가 많은 휴대전화·노트북·디지털카메라 등 정보기술(IT) 제품은 전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져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표적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의 카메라 중고 장터만 봐도 하루 200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다. 여기에 노트북 등 기타 IT 제품 및 생활용품 게시물을 합치면 1,000건이 훌쩍 넘는다.

최근에는 그간 주로 개인 간이나 제작 업체를 통해 거래됐던 중고 산업장비까지 온라인 거래가 활발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중고 기계 거래 사이트 ‘파인드머신’의 경우 월간 게시물이 1,000여 건에 달한다.

파인드머신 관계자는 “매매가 편리한 일반 공작기계를 중심으로 거래되나, 최근 인쇄·섬유기기 등의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며 “최근 국내 산업 환경의 변화로 이들 기기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종 전문 커뮤니티 중고 장터의 활성화로 온라인 중고거래의 대표 격인 옥션의 중고품 거래 실적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옥션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중고품 거래량이 30% 정도 감소했다”며 “옥션뿐만 아니라 온라인 유통업체 대부분의 상품 거래는 이제 소비자와 소비자가 아닌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에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최근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리퍼브’ 제품을 주목한다. 리퍼브 제품이란 구매자의 단순 변심이나 작은 흠집 등으로 반품되거나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에 진열됐던 제품을 말한다.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가격이 정상 제품보다 30~40%나 저렴해 ‘알뜰족’들에게 인기다.

일례로 옥션에서는 별도의 리퍼브 제품 카테고리를 통해 2007년 한 해 동안 2만여 건의 거래가 성사됐으며, 올해는 지난 5월까지 총 1만6,000여 건이 거래돼 올 한 해 동안 지난해에 비해 2배에 달하는 3만8,000여 건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반품닷컴·리퍼브샵·재고몰 등의 관련 사이트에 등록된 제품만 최근 한 달간 10만 건을 넘어섰다.

옥션 관계자는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제품군은 비교적 가격 부담이 큰 영상가전 및 생활가전 카테고리와 가구”라며 “일부 제품은 판매 개시와 동시에 매진될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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