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금리 맞추랴 외형경쟁 하랴 은행들 금리로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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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동안 주춤하던 은행의 외형경쟁이 재연되면서 금융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몇 은행들이 금리를 높게 주면서 돈이 그곳으로 빠지자 다른은행들도 뒤질세라 내렸던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고,연쇄적으로 대출금리도 실세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더욱이대기업들은 증시 등에서 실세금리로 돈을 구해 쓰는 반면 개인이나 중소.영세기업들은 은행에 기댈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형편이다.
막상 경쟁하는 은행의 입장도 편치 않다.예대마진이 줄어 수익이 적은 것은 물론 일부에선 역(逆)마진이 나타나는 등 수익구조가 엉망이다.김학수(金鶴洙)조흥은행 상무는 『실세금리에 맞춰연초 예금금리를 평균 연12%에서 10%로 낮췄 으나 다른 은행들은 낮추지 않는 바람에 예금만 빠졌다』며 『할수없이 최근 금리를 0.5%포인트 올렸으며 그래도 수신고가 줄면 더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은행들이 외형경쟁을 자제하고 하루빨리 금리를 낮춰주길 바라고 있지만 자유화된 금리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없어 고민스런 입장이다.
◇현황=실세금리를 대표하는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11%대지만 은행들은 대표적 수신상품인 가계금전신탁 수익률을 지난연말이래 줄곧 12.30%선으로 묶고 있다.한술 더떠 최근엔 상업.국민은행 등을 시발로 한시적으로 금리를 올 린 정기예금을속속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은행들이 높은 수신금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높은 대출금리를 물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헌길(金憲吉)상업은행 상무는 『대출 가산금리자유화 이후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이자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통화당국 입장=금리가 자유화된 만큼 나설 입장이 아니라는게정부나 한은의 기본입장이다.하지만 김원태(金元泰)한은 이사는 『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이 무모하게 경쟁하다 줄줄이 망했고,최근 일본 은행들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며 『은행들이 과당 경쟁으로 부실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재환(朴在煥)한은 금융시장실장도 『실세금리 하락을 유도하기위해 지급준비금률을 인하하더라도 은행들이 되레 수신금리를 높이면 통화가 늘고 금리는 올라가는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의준.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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