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분배의 구조적 문제-후원금.기탁금 與독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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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철만 되면 불거져 나오는 전국구헌금.특별당비등 야당의 「돈 스캔들」에 도덕적 비난이 쏟아지지만,여기에는 돈이 집권당에만 몰리는 정치자금의 구조적 문제도 짚어져야 한다.
정치자금법이 인정하는 정당의 돈줄은 당비와 후원금.국고보조금.정당기탁금등 4종류.
지난 14일 선관위가 밝힌 국고보조금의 각당 배분액은 신한국당 1백15억원이고 야당은 국민회의가 46억,민주당과 자민련이각각 69억과 57억원이다.
이 정도만 돼도 선거결과에 따른 여야간 형평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정당지정 기탁금이나 후원회가 모집하는 후원금,당비문제에 이르면 여야간 격차는 천문학적 차원으로 벌어진다.
공식적 집계가 가능한 지정기탁금의 경우를 보자(표.중앙선관위자료).민자당 합당이 있은 90년부터 95년까지 기업체가 여당을 지정해 전해달라고 선관위에 기탁한 돈은 연평균 1백85억원이다. 야당은 이 기간중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이 민자당을 탈당해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지난 대통령선거때 4개정당 합쳐 총 6백48만원을 지정기탁받은게 전부다.92년의 일이다.
해마다 꾸준히 늘어오던 여당기탁금이 92년과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94년에 절대액수와 건수(件數)가 대폭 줄어든 것은 기탁금이 그만큼 정치권의 흐름에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앙당후원회는 실제 모금액수를 공개하기 꺼려한다.
신한국당 후원회(회장 李源京)의 경우 약 1백명의 재정위원과7백11명의 후원회원으로 구성돼있다.재정위원은 굴지의 대기업대표가 망라돼있고 6백여업체의 법인후원회원은 중견 중소업체가 대종을 이룬다.
이번 선거를 위해 후원회원 모금만 1백억원을 이미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모금 한도액은 2백억원).
국민회의(회장 李東元).민주당(회장 朴炯圭).자민련(회장 張東雲)의 중앙당후원회는 재정위원은 커녕 법인후원회원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세상이 안 바뀐건지,기업인들이 지레 겁먹고 피하는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게 자민련 張후원회장의 설명.
야당 후원회원들은 이름이 공개돼도 세무사찰등 불이익에 개의치않겠다는 열성지지자나 봉급생활자.전문직업인등 개인회원들밖에 없다. 지정기탁금이 전무하고 후원회 모금도 시원치 않은 야당의 유일한 자금모집 형식은 「당비」다.
문제는 납부당비가 자발적이 아니라 「공천 대가」라는 조건부 꼬리표가 붙는 경우.
돈은 있어야겠고 자리는 한정돼 있으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치자금법은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았을때 3년이하의 징역이나5백만원 이하의 벌금.몰수.추징을 할수 있게 돼있다(제13,30조). 그래서 김대중(金大中).김종필(金鍾泌)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전국구 헌금을 받지 않겠으며 대신 간부들이 특별당비를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5천만원에서 40억원에 이르는 당비를 아무 조건없이 자발납부할 야당정치인이 현실적으로 없을 것으로 보면 야당 정치자금은 구조적으로 「불법의 선」을 넘나들 수밖에 없게 돼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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