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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세상보기>정치入門 5조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이 좋이 1천2백명은 넘을 것 같다.
2백53개 선거구에서 4당이 고루 공천자를 내고 약간명의 무소속이 출마한다면 그런 계산이 나온다.
정치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새 기분으로 하려는 그 많은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정치 지망생이 전손사(전孫師)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학자를 찾아 갔다.
『선생님,어떻게 해야 정치에 종사할 수 있겠습니까.』 『나도우리 스승님에게 들은 이야기 일세만,다섯가지 미덕을 존중하고 네가지 악덕을 멀리 해야 되네.』 『우선 다섯가지 미덕만 말씀해 주십시오.시장 거리에 나가 유권자들과 악수할 시간이 없어서요.』 『그럼세.첫째,사람들에게 이(利)를 베풀되 낭비하지 말아야 되네.』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됩니까.』 『지금 후보마다10당(當)5락(落)이니 20당10락이니 하여 돈을 물쓰듯하고있지 않는가.이게 다 사람들에게 혜택을 베풀고,그들을 이롭게 하려는 짓거리 아니고 무엇이겠는가.그 결과 당선의 영예를 안으면 후보로서 낭비한 것은 아니 지.』 『좀 이상합니다만 잘 들었습니다.다음은 무엇입니까.』 『둘째,사람을 수고롭게 부리되 원망은 사지 말아야 되네.』 『피와 눈물과 땀밖에 바칠 것이 없다는 식으로 국민의 각고(刻苦)를 촉구한 사람이 명 정치가로이름을 날렸는데도요?』 『이 사람아 그건 옛날 얘기고,영국같은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야.여기서는 가령 군 복무연한을 2년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것처럼 인심만 얻으면 돼.』 『세번째는 무엇입니까.』 『사람에게 바라되 탐욕스럽지 않아야 되네.』 『무슨 뜻입니까.』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라고 다그치면 되는거지.사람들의 의식 개혁이 덜 됐고,세계화는 까마득하다고 족치면 되네.』 『그건 너무 탐욕스러운 요구 아닙니까.』 『그 정도를 탐욕스럽다고 판단한다면 지금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런 요구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네.만약 자네가 그런 판단아래 정치에 입문하고,입문한 뒤에 정치수준을 혁신적으로 높일 결의에 차 있다면 이 세번째 미덕은 취소하네.』 『간절한 충고 고맙습니다.네번째는 무엇입니까.』 『태연하되 교만(驕慢)하지 않아야 되네.지금 정치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가 된다는 생각이 많은데도 이것을의식하지 못하는 교만이 널리 퍼져 있어.각 정당의 입들이 원색적인 말로 상대방을 짓누르는 걸 보면 잘 알 수 있지 .』 『다섯번째는 무엇입니까.』 『위엄은 있으되 사납지 않아야 되네.
무슨 말인고 하면 의관(衣冠)을 단정히 하고,용모를 다듬고,사람들에게 경외감(敬畏感)을 갖게 해야 정치에 종사할 수 있네.
영화배우나 TV탤런트 같은 사람이 많이 정치에 입문하는 이유를이제 알겠 나.』 『신랄한 말씀 같기도 하고 의표를 찌르는 가르침 같기도 하고 여하간 잘들었습니다.선생님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 『전손은 성이고 이름은 사일세.세상에선 내 호를 따라자장(子張)이라고 부르지.스승님이 나를 괴짜라고 불러 그런지 공문십철(孔門十哲)에는 못들어.』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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