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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개발 노하우 주고 대형사업 받고 자원부국서 ‘컨트리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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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오만·우즈베키스탄·앙골라·적도기니·카자흐스탄…. 요즘 우리 종합상사들이 잔뜩 공을 들이는 나라들이다. 자원 부국이지만 사회적 인프라가 빈곤해 일반 기업의 진출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수출역군’ 소리를 들었던 종합상사들이 ‘컨트리 마케팅 ’이란 새로운 무기를 들고 이런 나라에 뛰어들고 있다. KOTRA 중앙CIS팀 박태화 차장은 “탄탄한 인적·물적 네트워크와 금융 조달 능력 같은 종합상사의 특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자원+인프라’ 패키지=컨트리마케팅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수십 년간 해외 시장을 누비며 산전수전 다 겪은 종합상사 맨들이 컨트리 마케팅에 주목하는 연유다. “일반 기업의 손길이 미치기 힘든 외진 곳을 뚫어야 종합상사도 먹고살 게 있어요. 단순히 자원만 빼오는 게 아니라 반대급부로 국가 인프라를 쌓아주는 상생 비즈니스는 노하우와 순발력이 뛰어난 종합상사가 제격이죠.” LG상사 김수한 상무의 말이다.

LG상사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사하공화국과 55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구축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일명 ‘남야쿠티야 종합개발 프로젝트’다. 이 회사가 이를 따낸 건 1994년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 이 공화국의 유연탄광 개발 사업에 진출한 이래 꾸준히 인맥 관리를 해 온 덕분이다. LG상사는 오만에서도 정부 당국에 사업을 제안해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두 건을 수주하기도 했다.

컨트리 마케팅은 90년대 초반 옛 대우그룹이 잘 활용했다. 당시 ‘세계경영’을 표방하며 선봉에 섰던 ㈜대우의 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중앙아시아 지역에 뿌려둔 씨앗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96년부터 운영해 온 면방직공장을 발판으로 자원 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연초 이 나라 아랄해 인근의 원유·가스 탐사 계약을 하고 지난달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신천지 아프리카=10년 넘게 아프리카에 뜸을 들인 삼성물산은 나이지리아·가나·앙골라에 사무소를 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도로·항만·상하수도 구축 프로젝트를 현지 정부와 공동으로 하려면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는 게 선결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00년부터 앙골라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2006년에는 5000㏊의 면화 경작지에 관개수로를 조성하는 농업 현대화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자원 부국인 적도기니에서도 상수도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2006년 카자흐스탄에 알마티 지사를 다시 열고 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권오준 과장은 “지난해 말 알마티 지하철 1호선에 에스컬레이터 10기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중장비 판매와 자원 개발 쪽으로 사업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컨트리 마케팅(Country Marketing)=성장잠재력은 크지만 비즈니스 인프라가 발달하지 못한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산업정책이나 사회간접시설(SOC)을 확충해 주면서 큰 프로젝트를 따내는 해외 진출 전략이다. 해당 국가는 경제발전을 앞당길 수 있고, 진출 기업은 수익성 높은 사업을 벌일 수 있다. 그만큼 사업 리스크는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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