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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까치와의 전쟁'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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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요즘 고속철(KTX) 선로 보수원들이 까치집을 부수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까치들이 봄철 산란기(3~5월)를 맞아 고속철 전주 위에 마구 집을 지어 합선 등의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속철도 개통 다음날인 지난 2일 천안아산역 구내에서 까치집 때문에 합선 사고가 발생, 서울발 부산행 고속열차 운행이 10여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전주 위의 까치 둥지에 섞여있던 쇠붙이와 고속철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이 접촉하면서 전선이 끊어진 것이다.

철도청은 13일 현재 경부.호남선 고속철 운행구간에 줄잡아 900개의 까치 둥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선로 보수원들이 고속열차가 운행되지 않는 심야시간대(오전 0시 30분~4시 30분)를 이용,매일 까치집을 부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

철도청 관계자는 "까치는 집을 부숴도 불과 3시간이면 같은 장소에 또 다시 짓는 습성이 있어 사실상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 때문에 인력을 뺏겨 선로 보수 작업은 뒷전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까치들은 고속철 전주에 설치된 'ㄱ자'형 철골(변압기를 올려놓기 위한 것으로 2개가 20~30㎝ 틈을 두고 나란히 설치돼 있다)사이에 나뭇가지.철사.전선 토막 등으로 집을 짓고 있다.

철도청 관계자는 "까치가 집을 짓지 못하도록 전주에 방지막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전주가 워낙 많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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