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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조>美.中대립 東아시아에 긴장 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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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중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에 심각한 파장을 몰고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발생한 이번의 긴장은 중국정부가 과거를 까맣게 잊어버린채 극도로 민감한 지역인 대만과 티베트를 건드렸기 때문에 발생했다.
게다가 중국은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매우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태도를 보여왔다.쉽게 말해 중국의 통일을 위협하는 어떤 것도 전쟁의 이유가 된다는 식이다.
무역상의 최혜국대우,지적 재산권,세계무역기구(WTO)가입문제등은 중국이 미국과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합의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이 중국 분리를 부추기고 있다고믿는다면 그들은 그러한 사태에 적극 대응할 것이고,미국에 대한비난수위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미국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 티베트처럼 대만도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지도자들은 미국이 공적인 성격을 갖고있는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의 미국방문 비자를 발급한 것은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독립시키려는 李총통의 노력을 뒤에서 부추기는 것이라고 믿고있다.미.중 사이의 관계악화와 중국의 대(對)대 만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바로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이다.
달라이 라마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5분간의 사진촬영 기회를 이용해 자신도 리덩후이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중국은 가만히 앉아있지 않을 것이다.
이때문에 현재의 미.중 긴장은 그렇지 않아도 경제성장률 차이로 인한 경제력의 이동 때문에 이미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현재와 같은 변동스런 상황 속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싱가포르.태국.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이미 몇년씩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그러한 갈등들은 미국과 중국간에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비교해 본다면 사소한 것이다.
일본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는 무역갈등과 엄청난 무역흑자로 미국인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큰 분노를 사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일본은 미국을 위협할 수도 없고 초강대국인 미국을 아예 무시해버릴 수도 없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중국이 현재 일본이 이룩해놓은 것과 같은 수준의 경제를 건설하려면 적어도 3,4세대는 지나야 된다.
중국은 일본보다 10배나 더 크기 때문에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 그러나 중국이 자신들의 사회를 재조직하고 12억 인구를교육시키는 동안 미국이 일본과 제휴해 지역균형을 도모하면서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서부 태평양지역에서 최강대국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때문에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간에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대립사태는 앞으로 동아시아 지역 모든 국가들의 안정과 직결되는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리=이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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