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주일특파원에 ‘독도=일본 땅’ e메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FPCJ는 일 외무성의 지원을 받아 일본에 있는 300여 명의 외국인 특파원들에게 일본 정부 정책을 이해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몇 달에 한 번씩 외국인 특파원들에게 지방 시찰 기회도 제공하고, 와인 파티도 개최해준다. 외국인 특파원들은 회비를 전혀 내지 않고 많은 도움을 받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FPCJ는 일본에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이해시키기 위해 특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준다. 그러면 현안을 잘 모르는 특파원들은 손쉽게 FPCJ의 주장에 동조하기 십상이다.


이번에 보낸 메일의 행간을 잘 살펴봤더니 독도 문제에 따른 한·일 갈등은 한국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일본 정치권의 해괴한 논리가 그대로 녹아 있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독도 문제 때문에 한·일 관계가 악화돼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며 “해설서는 학습지도요령을 보완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일본의 교육과정이 수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역사적 근거도 담겨 있었다. 독도가 1905년 일본 각의 의결로 시마네(島根)현에 편입됐으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52년 독도 영유권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는 주장이었다. 맑은 날 울릉도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독도에 대해 우리는 신라 지증왕 때부터 우리 영토로 인식했고, 수많은 고지도에 조선의 땅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많은 주일 외국인 특파원들이 메일을 읽으면서 FPCJ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거릴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외국인 역사학자나 지리학자 등을 불러들여 국제 학술대회를 열면서 꾸준히 일본의 주장을 각인시켜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사실에 너무 안주해 조용한 외교로 일관하고 있어 외국인들에게 독도 역사를 알리는 데 너무 소극적인 느낌을 받는다. 이제 일본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해외 홍보 현황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적극 대응할 때다.

김동호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