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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영의 DVD 세상] 오종 감독에 카트린 드뇌브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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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8명의 여인들

감독 : 프랑수아 오종 주연 : 카트린 드뇌브.에마뉘엘 베아르

화면비 :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1.85:1

사운드 : 돌비 디지털 5.1 자막 : 한국어, 영어, 일본어

제작사 : 인트로 영화 ★★★☆ 화질 ★★★★ 음질 ★★★★

"주인님이 죽었어요!" 밤사이 내린 눈이 하얗게 내려앉은 대저택. 평화로운 기운으로 충만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하녀의 다급한 외침이 집안 가득 울려 퍼진다. 밤사이 등에 칼이 꽂힌 싸늘한 시체로 변해버린 가장 마르셀과 그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아내, 성마르고 신경질적인 노처녀 처제, 탐욕스러운 장모, 가족과도 같은 요리사, 정체불명의 매혹적인 하녀, 스트립걸 출신의 여동생, 그리고 두 딸 카트린과 수잔. 눈으로 길은 막히고 전화조차 끊어진 저택에 갇힌 이들 8명의 여인들은 마르셀을 죽인 범인은 바로 그들 중 한 명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왜 마르셀을 죽인 것일까?

장편 데뷔작 '시트콤' 등에서 온갖 규범과 관습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영화들을 선보이며 '프랑스 영화계의 악동' '우상파괴적인 신동 감독' 등으로 불려온 프랑수아 오종의 '8명의 여인들'은 제목 그대로 살인 사건에 얽힌 8명의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2002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출연 배우 전원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의 장식은 고전적인 스릴러 그리고 엉뚱하게도 뮤지컬이다.

카트린 드뇌브.이자벨 위페르.화니 아르당 등 이름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지는 프랑스 영화계의 여신들을 한 자리에 모은 뮤지컬이라는 점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한 영화지만 국내 극장가에선 개봉조차 수월치 않았던 것이 사실. 스크린과는 그다지 궁합이 맞지 않았지만 '8명의 여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없도록 DVD와 함께 하는 제2 라운드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888장 한정 발매하는 초회 한정판과 '깔끔 일반판'이라는 재치있는 이름의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되며 이 중 한정판은 무려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영화가 현대 프랑스 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들로 물량 공세에 나섰듯 DVD 역시 3장의 디스크를 갖가지 아기자기한 부록으로 가득 메웠다.

첫번째 디스크에는 영화 외에도 음성해설과 인터뷰, 베를린 영화제 기자회견 장면, 예고편만도 무려 네종류나 수록했다. 감독은 조지 쿠커의 '여인들'이나 더글러스 서크의 멜로 드라마 등을 직간접적으로 인용함으로써 의도적으로 195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풍의 분위기를 재현코자 했다. 8명의 스타들이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입고 나오는 화려한 의상 역시 이러한 인공적이며 과장된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그녀들의 의상 컨셉트가 궁금하다면 의상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두번째 서플먼트 디스크에 수록된 메이킹, 스크린 테스트, NG 장면, 프로모션 비디오 같은 부록들도 찬찬히 살펴볼 만하다.

사실 영화에 삽입된 양식화된 춤과 노래들은 영화의 인공적인 분위기와 나아가 모든 것을 숨기고 위장하고 있었던 8명의 여성들의 모습과 욕망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한정판 DVD의 세번째 디스크는 그녀들의 뮤직 비디오 클립을 따로 모아둔 말 그대로 '보너스' 디스크다.

할리우드 멜로 드라마에서 시작해 스릴러를 거쳐 뮤지컬 코미디와 부조리극을 경유하는 영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종횡무진 누비는 엉뚱하면서도 흥미로운 전개로 가득한 영화를 DVD와 함께 2% 더 즐겨 보시길.

모은영

*** 조장면

우아한 모습 뒤에 온갖 욕망을 감추고 있던 여인들.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싸우다 일순 격렬한 키스를 퍼붓는 카트린 드뇌브와 화니 아르당을 에마뉘엘 베아르가 질투에 차 쳐다보던 장면은 단연 압권.

*** 요대사

"당신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봤어요." 카트린 드뇌브에게 실망한 베아르가 남기며 떠난 말. 그때 그녀의 옷에서 떨어진 전 주인의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 최고의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였으니, 행여 '드뇌브 당신도 슈나이더 같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하는 감독의 빈정거림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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