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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月下老人-달빛아래 노인 중매쟁이를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당(唐)의 위고(韋固)가 송성(宋城)의 어느 허름한 객점(客店,여관)에 묵게 되었다.그날밤,달빛 아래 웬 노인이 큼직한 책을 뒤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위고가 다가가 묻자 노인이 말했다. 『나는 지금 세상 사람들의 혼보(婚譜,남녀간의 혼인을기록한 책)를 보고 있네.그리고 이 붉은 실은 부부를 맺어주는끈이지.내가 두 사람의 발을 묶기만 하면 결국에는 부부로 결합하고 말지.』 위고는 노인의 말이 하도 신기해 그를 따라 나섰다.싸전거리를 걸어가는데 웬 장님 노파가 세살짜리 여자아이를 안고 더듬거리며 지나갔다.그때 노인이 불쑥 말했다.
『장님이 안고 있는 저 여자애가 장래 자네의 부인이 될 걸세.』 위고는 어이가 없었다.혹시 이 놈의 영감이 장난을 치는게아닐까 싶어 지나가던 가노(家奴)를 시켜 여자애를 찔러 죽이게했다. 14년후 위고는 상주(常州)자사(刺史)왕태(王泰)의 딸과 결혼하게 되었다.열 예닐곱 나이에 뛰어난 미모를 갖추었지만얼굴에 흉터가 있는 것이 흠이었다.위고가 흉터에 대해 묻자 그녀가 말했다.
『14년 전의 일이지요.장님 보모(保姆) 진(陳)씨 할머니가저를 안고 송성의 싸전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웬 미치광이가저를 찌르고 달아났지요.』깜짝 놀란 위고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주었다.물론 두 사람은 금실 좋게 백년해로(百年 偕老)했다고 한다.이 때부터 월하노인(月下老人)은 「중매쟁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약칭 「月老」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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