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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값 오르면 납품가도 올려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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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2일 삼성전자의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았다. 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이세용 협력회사 모임 대표.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납품업체들을 진정으로 아끼며 상생·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22일 경기도 수원 사업장에서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협력사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을 맺었다. 협약 대상인 중견·중소기업은 1350개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협력사들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삼성전자는 초일류 기업이 될 수 없다”며 “협력사를 글로벌 전략의 진정한 파트너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백용호 위원장은 “이번 협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탄생시키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긴밀한 협력체제의 구축은 개별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강화 등 경제 살리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협약 이행 실적을 1년 뒤 평가해 우수사업자로 판정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불공정행위 직권조사도 면제해 주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납품업체들과의 공정한 거래를 위해 세 가지 방침을 발표했다. 먼저 원자재 가격 동향을 감안해 납품단가를 조정해 주기로 했다. 원자재 값이 오르면 납품가도 그만큼 올려 주겠다는 것이다. 또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협력사를 새로 선정하거나 기존 협력사를 탈락시키는 업무의 공정성을 기하기로 했다. 협력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 대책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우선 올 하반기에 기술개발·설비투자 자금으로 70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동시에 현장 개선 및 직원 교육비로 110억원을 대주기로 했다. 납품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주는 정책도 계속 시행한다.

삼성은 이번 협약은 납품업체와의 상생·협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올 5월 ‘상생협력실’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상생협력실이 협약 내용은 물론 현장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듣고, 구매 부서와 협력사 간 이해 충돌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협력사 대표 모임인 ‘협성회’의 이세용(이랜택 대표) 회장은 “협력사의 목소리를 듣는 전담부서까지 만들며 상생 의지를 보여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사를 지원해 왔다. 2003년 ‘협력업체 종합지원책’을 마련하고 2004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500억원을 지원했다. 납품업체들에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주고, 경영진들의 교육도 해줬다. 좋은 결실도 나타났다.

삼성은 제일정공이 고광택 플라스틱 사출 기술을 개발, 삼성전자의 대표제품 중 하나인 ‘보르도 LCD TV’ 생산으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는 740여 개이며, 서울통신기술·삼성전자로지텍 등 7개 계열사의 협력사까지 합치면 모두 1350여 개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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