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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자꾸 독도를 건드리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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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후쿠다 내각이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라고 명기함으로써 독도가 일본의 고유한 영토로서 반환받아야 할 영토임을 청소년 세대에 교육할 태세를 노골화했다. 한·일 정상 간에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합의해 할 일이 태산 같은 이때에 이 무슨 외교적 배신인가? 일본이 독도에 들이대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일본은 영토에 관한 한 힘을 바탕으로 한 현실주의 정치에 대단히 민감하다. 전통적으로 그러했다. 12세기 말 이후 무사정권과 험난한 전쟁시대를 거쳐 17세기 초의 도쿠가와 바쿠후의 통일시대에 이르지만,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통일 과정은 냉혹한 국력 경쟁에 의한 영토 획득의 과정이었다. 일본의 지도부와 백성 모두가 공식적 전쟁을 통한 영토 획득에 대해 반감이 별로 없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국가의 힘, 즉 국력이 정치적 정통성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이 부족한 점도 이에 근거한다.

둘째, 일본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받는 영토분쟁 스트레스를 한국 독도에서 풀려고 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우선 러시아와의 북방 4도 분쟁에서 그 해결이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푸틴이 이끈 러시아는 1990년대 옐친 때와는 달리 영토 교섭에서 일본에 매우 강경했다. 구나시리, 에토로후라는 큰 두 섬의 반환은커녕 하보마이, 시코탄 등 작은 두 섬의 반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본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또한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는 센카쿠열도 주변 수역에서 중국에 자꾸만 수세에 몰리기 때문이다. 중국이 매년 10% 전후의 경제성장과 20% 내외의 군사비 증대를 계속하니 불안하기 그지없다.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동북아 3국 중 공세적으로 나오기 좋은 곳은 독도인 것이다.

셋째, 개헌과 야스쿠니 참배 및 영토 문제를 두고 자민당 내 보수 강경 우익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는 90년대 후반 이후 보수 우경화를 가속화해 왔다. 히노마루와 기미가요의 법제화, 주변사태 법안과 유사사태 법안의 가결, 자위대 해외 파병 및 평화헌법의 개헌 가시화 조치 등이 그것이다. 2006년 12월 아베 내각 때 교육기본법을 제정해 역사와 전통, 국익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바, 독도에 대한 영유권 규정과 교육 강화도 이러한 보수 우경화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후쿠다 내각이 전임 고이즈미나 아베 내각보다는 온건하고 동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유부단하고 내각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일본 내 강경세력을 통제할 능력이 별로 없다.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마도 영유권까지 주장해야 할 것인가? 단기적으론 신속하고도 강한 외교적 대응을 취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독도 해상관광호텔 건립, 실질적 유인도화 조치와 더불어 대마도 영유권 연구, 고지도의 수집 분석과 같은 역사고증 작업과 전문가 네트워크, 국제 홍보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하겠다.

손기섭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