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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외무 부총리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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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령선거 열풍에 빠져들고 있는 미국 정치판도에 무시못할 영향력을 과시하는 의외의 목소리가 하나 있다.라디오의 토크쇼 진행자인 러시 림보라는 남자다.
신디케이트를 통해 전국에 방송되는 그의 프로그램에 매일 2천만명의 애청자가 귀를 기울이고 열광한다.이들이야말로 2년전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의 대승을 가능케 한 지지자들이었다.
두툼한 몸매와 유들유들한 생김새인 올해 44세의 림보가 미국민들에게 전파하는 「복음」은 무엇인가.
공격적인 보수주의 메시지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가 낭비적이고 옳지 않은 일에 돈을 과용하는 비효율성을 무자비하게 비판하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애청자들은 대찬동이다.
그는 정부를 지쳐버린 암퇘지에 비유한다.정부의 사회복지에 의지하는 빈곤층을 돼지새끼라고 부른다.빈곤층 지원을 위해 정부가중산층에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받아내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림보의 언동은 거칠고 때로는 파괴적이다.「돼지」비유는 야비하다.그러나 림보가 비판하는 정부의 비효율성은 우리나라 정부에도 절실히 지적될 수 있는 폐단이라는 점 때문에 외국인이면서도 종종 그의 방송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나라도 몸집이 커짐에 따라 정부 조직과 인력이 계속 확대돼 왔다.해외파견 인력도 마찬가지다.워싱턴대사관에만도 외무부 30여명과 타부처 주재관을 합쳐 80여명이 배치돼 있다.대사관밖에도 재정경제원소속 20여명 등을 포함해 다수 가 나와있다.
숫자가 많은건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인력의 효율적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면 다다익선(多多益善)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관계,특히 대미관계는 과거보다 훨씬 긴밀한 각부처간 유기적 협력과 조정이 필요해지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경제부문은 대충 정리가 돼왔다고 볼 수있다.지적재산권 보호 등 몇가지 현안에 대해 미국측이 한국정부에 대해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한국이 기본적으로 시장개방 정책을 시행에 옮기기 시작한지 오래다.이미 한국은 다섯번째로 큰 미국수출시장이고 농산물부문은 3위다.
이제부터 핵심문제는 북한관련일 것이다.워싱턴이 평양과 어떤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고,미국이 통일등 한반도문제에 관해 무슨 이해관계를 가져갈 것인가,한국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변화들이다.이미 한.미간에는 대(對)북한 관계 설정을 놓고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경우에 따라선 과거 전통 우호관계가 근본적인 국가이익 상충관계로 전환될 수도 있다.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대응능력을 요구한다.대외관계 수행능력의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 재외공관 파견인력의 정밀 검토도 필요하지만 우선 일사불란한 협력과 효율을 위해 이들에 대한 엄정한 지휘와 관리체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외무부의 확고한 중심적역할이 제도화돼야 할 것이다.중구난방식 인력활용 은 지양해야 한다. 그러자면 외무부를 지휘하는 책임자는 대통령의 대외관계 방향과 목표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외무장관은 대외경험외에도 정치력과 탄력성을 겸비한 정치인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외무장관은 대외문제에 관해 다른 부처를 지휘하는 입장에 설 수 있으면 더욱 적절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통일원장관을 부총리로 하는 것보다 외무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키는게 타당한지도 모른다.최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집권 3주년을 맞았다.지난 3년은 사정과 개혁의 연속이었다.그리고 정치에 과중한비중이 쏠렸던 과정이었던게 사실이다.
김영삼 「명예혁명」은 이제부터 제도개혁으로 마무리돼야 할 것이다.2년후 金대통령이 떠난 자리에 정치적 잔해(殘骸)와 정부의 비효율성만 유산으로 남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한남규 美洲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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