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영의 글로벌 메뉴 이야기 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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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는 여정에 그곳을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이다. 카테드랄(대성당)이 중심인 고딕 지구의 좁은 골목골목을 끼고 숨어있는 작은 상점들과 피카소·달리 등의 박물관, 가우디의 흔적들은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바르셀로나에서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타파스’. 간단한 식사류로,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재료는 비슷하다. ‘하몽’과 ‘토마토 브레드’가 대표적 요리. 하몽은 돼지 뒷다리의 넓적다리 부분을 통째로 소금에 절여 건조하고 신선한 바람에 말린 스페인의 전통햄이다. 토마토 브레드는 바르셀로나가 위치한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요리로, 바게트빵을 잘라서 살짝 구운 다음 그 단면에 토마토를 문질러 빵이 촉촉해지면 소금과 올리브유를 살짝 뿌려 먹는 음식이다.
  신선한 조개와 꼴뚜기·오징어·새우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이 해산물들을 버진 올리브오일에 살짝 구워 접시에 담아내는 ‘알메하스’는 생각만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다. 그 중 특이한 것은 보케리아 시장의 유명 식당 ‘피노 초’의 조개 달걀 볶음. 보케리아 시장은 람블라 거리에 위치, 신선한 해산물과 각종 과일·건어물·육류를 판매하는 재래시장이다. 이 시장의 초입의 피노 초는 ‘피노키오’란 뜻의 작은 음식점이다. 시장에서 그날 사들인 해산물을 눈 앞에서 조리해 주는 맛은 어느 일류 레스토랑의 맛보다도 훌륭하다.
  또 하나, 바르셀로나 해산물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레스토랑 ‘칼 펩’이다. 갈 때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먹을 수 있을 만큼 인기 있다. 주로 바 테이블에 앉아 먹는데 분위기와 맛이 일품이다. 꼴뚜기 먹물과 콩을 조려 나오는 특이한 요리는 짭짤하면서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맛을 떠올리며 집에서 달걀과 조개 아스파라거스를 사용한 파스타를 만들어 보았다. 또 조개를 이용해 시금치와 그린비타민 볶음 요리도 응용해보았다. 하지만 스페인산 조개 특유의 풍미는 재연할 수 없었다. 안타깝지만 마늘로 향을 더하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노희영은...
최초의 퓨전 레스토랑 ‘궁’ 오픈 이후 국내에 유기농 바람을 일으킨 주역. 유기농 퓨전 누들바 ‘호면당’과 유기농 델리 ‘반’을 기획·컨설팅했으며, 유기농 퓨전 레스토랑 ‘마켓오’를 개점했다. 현재 히노 컨설팅 대표이자 롸이즈온의 개발 담당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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