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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이냐, 실리냐, 여론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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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후반기 한·미 동맹과 관련된 최대 이슈가 될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양국 간 제1차 고위급회담이 21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한국 측에선 조병제 외교부 북미국장이, 미국 측에선 잭슨 맥도널드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대표로 나선다.

방위비분담금(SMA)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주둔하는 데 들어가는 직접 비용으로 현재 한국이 42%를 부담하고 있다. 나머지 58%는 미국이 내고 있다. 주로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에 대한 인건비, 한미연합전력 유지를 위한 군사시설 건설비, 연합방위력 증강 사업, 군수 지원 등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은 1991년부터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해 왔다.

내년부터 적용될 방위비분담금 협상에는 한국이 증액 부담해야 하는 돈 문제, 한국 안보를 위한 한·미 동맹의 지속성, 한국의 자존심 등 복잡한 문제들이 엉켜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에는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와 같은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선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국내 정치 문제로 이슈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협상이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향후 한·미 동맹 발전에 중요한 기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보와 경제적인 실리 및 국내 여론 사이의 다차원적인 해결 과제인 셈이다. 쟁점별로 양측의 협상을 전망해 본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미국은 현재 주한미군 주둔에 따라 발생하는 직접비를 현재 42%에서 장기적으로 50%까지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분담금은 7415억원이다. “적어도 지난해 물가 상승률인 6.6%에서 99∼2004년의 평균 증액률인 14.5%를 올려 줘야 한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라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올해 분담금을 기준으로 6.6%를 증액하면 내년도 분담액은 7904억원, 14.5% 증액 땐 8490억원이다. 그러나 한국 측은 지난해 국내 물가 상승률인 2.5% 정도만 올려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분담금 인상 요구는 일본이 70∼75%를 부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분담금 문제는 한·미 동맹의 전략적인 판단도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03년을 기준으로 추정한 주한미군의 군사 장비와 정보 자산에 대한 가치는 각각 140억 달러와 22억∼25억 달러로 합계 160여억 달러(약 16조원) 규모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으로, 그 규모가 2500억 달러(250조원)로 추정됐다. 이를 근거로 주한미군이 주둔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국방비는 매년 1.43배를 올려야 한다고 KIDA는 판단하고 있다. 올해 국방비를 기준으로 11조원이 추가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지출한 금액은 우리 경제에 연간 12억7000만 달러(1조3000억원)를 기여하고 있다고 KIDA는 추산한다.

나아가 북한의 급변 사태나 통일 과정, 중국의 급부상 등에 따른 동북아 정세 변화와 같은 전략적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미국 측이 요구하는 분담금을 어느 정도는 인상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부 내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축적 분담금의 평택기지 사용=주한미군은 2012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키로 확정함에 따라 2003년부터 방위비분담금의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8000억원가량을 모아 두었다. 기존 시설의 개·보수를 억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은 이 돈을 당연히 평택기지 건설에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노무현 정부도 이를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자 정부 내에선 축적 분담금이 ‘한국 소유’라는 주장과 ‘이미 미국 정부에 준 자금’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다가 협상이 임박해지자 새 정부는 ‘한미연합전력 강화를 위해 갹출한 자금’으로 일단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정부 관계자는 “협상에서 축적 분담금이 갹출한 자금인 만큼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을 미국에 요청한다는 방침”이라며 “미국 측도 이 대목은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분담금 시설비 지급 방법=한미연합전력이 함께 근무하는 시설물을 위한 분담금과 관련, 미국은 현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측은 건설 등에 필요한 것인 만큼 물자로 주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미국에서 꼭 가져와야 하는 것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한국이 물자로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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