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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포기 못해’ 사자들 빗속 포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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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삼성은 20일 비를 머금은 구름을 보고 내심 기우제를 지냈다. 전날까지 4연승을 거둔 덕분에 아쉬울 게 없었다. 게다가 삼성 선발 정현욱이 한화 정민철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붙어봐야 승산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일기예보를 보니까 확실히 비가 온다고 하더라. 어제(19일 한화전) 투수를 많이 썼으니까 오늘은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대구 하늘엔 구름이 걷혔다. 반대로 선 감독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 삼성은 초반부터 고생했다. 선발 정현욱은 0-0이던 2회 2사에서 추승우에게 1타점 중월 2루타를 맞았다. 곧바로 한화는 연경흠과 덕 클락의 연속 안타로 3-0으로 달아났다.

삼성은 경기를 반쯤 포기한 채 6회 23세 좌투수 조현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조현근은 8회 1사 2루에서 한상훈에게 3루타를 맞아 1-4를 만들어줬지만 9회 1사까지 그런대로 잘 버텼다.

감독과 달리 선수들의 투지는 감독의 기대 이상이었다. 삼성 진갑용은 8회 선두타자로 나서 한화 세 번째 투수 윤규진으로부터 좌전안타를 때려냈다. 이어 대타 우동균이 볼넷을 얻어 무사 1, 2루. 후속 타자 박한이는 윤규진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왼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4-4 동점. 이때부터 분위기는 삼성으로 넘어왔다. 삼성은 9회 선두타자 최형우가 중월 2루타를 때려냈고, 1사 1·2루에서 신명철이 한화 다섯 번째 투수 마정길로부터 5-4 끝내기 중월 2루타를 터뜨렸다. 5연승을 달린 삼성은 4위 롯데를 1.5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놓지 않았다.

대구=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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