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렸지만 9연승 달린 곰 뒤엔 ‘으샤으샤맨’ 홍성흔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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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SK전이 열린 17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두산 홍성흔(사진)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 리포터 샘 해밀턴과 왁자지껄 떠드는 모양새가 토크쇼의 한 장면 같았다.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김경문 두산 감독은 “‘대타’가 빨리 나와야 하는데 여전히 홍성흔이 대변인 역할을 한다”며 웃었다. 홍성흔의 팀 내 역할을 보여 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18일 두산은 KIA에 져서 연승이 끝났지만 전날까지 9연승을 내달렸다. 이는 지난달 SK의 시즌 최다연승과 타이 기록이다. 시즌 초반 최하위였던 두산이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김 감독의 용병술 덕이 크지만 ‘분위기 메이커’ 홍성흔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포지션 변경을 놓고 우여곡절을 겪은 홍성흔이 김 감독의 호출을 받고 팀에 합류한 것은 올 4월 초다. 5할 승률을 밑돌던 두산이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선후배를 아우르는 그의 입담에 두산 라커룸은 활기를 되찾았다. 선수단 사기도 높아졌다. 박보현 두산 매니저는 “홍성흔이 있고 없고에 따라 팀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홍성흔의 역할은 분위기 메이커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18일까지 타율 0.332(283타수 94안타)로 타격 5위다. 최다안타 1위(165개)를 차지했던 2004년 타율(0.329)을 넘어 생애 최고타율에 도전할 기세다. 사실 그는 정확도 높은 타자는 아니었다. 2004년을 정점으로 이후 0.280대로 떨어졌고, 부상을 달고 다닌 지난해는 0.268이었다. 무엇이 홍성흔을 달라지게 했을까. 그는 ‘간절함’을 꼽았다. “포수를 포기한 뒤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는데 방망이마저 안 좋으면 야구인생 끝이라는 간절함이 타석에서 집중력을 높인다”고 부연했다.

홈런 욕심을 버리고 정확히 맞히는 데 주력하는 그다. 남들이 스프링캠프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할 때 ‘나 홀로 훈련’으로 오프시즌을 버티며 깨달은 진리다.

홍성흔은 “수비가 안 되면서 3할도 못 친다면 어떻게 경기에 나가겠나. 투수가 공 하나를 아끼며 집중하는 것처럼 나 역시 노력한다”며 자신의 ‘간절함’을 재차 강조했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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