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週를열며>사해는 '死海'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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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구상에는 진기한 곳도 많고 비경(비景)도 많이 있다.그 중의 하나로 손꼽을 수 있는 곳이 사해(死海)다.소금덩이가 목화송이처럼 물위를 뒤덮고,기이한 모양의 소금기둥이 동굴의 종유석처럼 솟아 있는 곳이다.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위치해 있는 사해는 몇가지 세계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먼저 사해의 수면은 바다면보다 무려 4백나 낮아 지상에서 가장 낮은 지표(地表)가된다.또한 그곳의 염도는 바닷물보다 10갑절 정도나 돼 천연적으로 가장 짠 물이다.이렇게 사해는 염도가 높기 때문에 그곳에는 어떠한 물고기도 살 수 없다.그곳에 몸을 담그면 마치 물밑에서 몸을 받쳐주듯 몸이 둥실 뜨게 된다.
크기가 1천평방㎞에 이르는 사해는 요르단강물이 흘러들어 만들어졌다.요르단강물은 끊임없이 사해로 흘러들어가는데 그곳의 물은빠져나가는 곳이 없다.그래도 사해의 수위(水位)는 계속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그 지역이 워낙 더워 사해의 물 이 빠른 속도로 증발하기 때문이다.신기한 것은 요르단강을 통해 흘러들어오는물의 양과 증발하는 양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자연의 오묘한 질서와 섭리다.
사해의 여러가지 진기록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성지순례자들이 흥미거리로 몸을 담가보는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곳으로 생각해 왔다.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사해는 무궁무진한 광물자원의 보고다.사해의 물속에는 소금만 많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광물자원이 무진장으로 녹아있다.1952년부터 이스라엘은 사해 근처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그곳에 녹아있는 각종 광물자원을추출하기 시작했다.중요한 공업원료가 되는 브로마인을 예로 들면오늘날 전세계 소비량의 26%가 사해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더욱 놀라운 것은 사해에 녹아있는 브로마인은 전세계가 앞으로 1천년은 충분히 쓰고도 남을 엄청난 양이라고 한다.사해는 무진장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최근에 들어와서 사해 근처에는 새롭게 눈에 띄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그것은 병원을 겸한 호텔시설이다.사해의 물은 피부병에특효약일뿐 아니라 여러가지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특이한 효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더구나 사해지역의 공기중에 는 산소가 10%나 더 들어있어 이 공기가 사해 수면에서 증발되는 수증기와합해져 사람의 심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최근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치료를 겸한 성지순례로 사해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사해는 죽음의 바다가 아니라 치유가이루어지는 생명력이 충일한 곳이다.
사해 주변에는 진한 흑색의 진흙이 지천으로 깔려있다.필자가 십여년전 사해를 처음 찾아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검은 진흙을 얼굴과 몸에 바르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일이 기억난다.일찍이 이집트여왕 클레오파트라도 애용했다는 사해 의 진흙은 좋은 미용제다.오늘날 사해근처의 「키부츠」공장에서는 그곳의 진흙을 원료로 해 각종 화장품을 만들어낸다.사해는 사람을 아름답게도 만드는 곳이다.
사해는 우리의 삶을 위한 매우 소중한 교훈을 말없이 전해주고있다.별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곳은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있을뿐 아니라 사람을 건강하고 아름답게도 만드는 곳이다.보물을사장시키고 개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곳은 여전히 「사해(死海)」다.그러나 개척자의 정신을 갖고 창조적으로 개발을 추구하는사람들에게 사해는 결코 죽음의 바다가 아니다.사실 성경은 그곳을 사해라 부르지 않고 「염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와 잠재력.재능을 사장시켜 우리의 삶을 「사해」로 만들 것인가,아니면 활력과 생명력이 넘치는 보물창고로 만들것인가.이 선택과 결단은 언제나 우리 자신의 몫이다.
박준서 연세대대학원장.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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