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추모비건립.행사장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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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77주년을 맞은 3.1절 아침.1백송이의 흰 국화가 남태평양의 쪽빛 바다 위로 던져졌다.반세기만에 아시아나 항공이 제공한 항공편으로 사이판을 찾은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들은 흩어지는꽃송이를 보며 오열했다.
당시 침몰선에 승선했던 생존 징용자 박노수(74).서왈석(75)씨는 『늦게나마 수중고혼이 된 동료들의 넋을 위로하게 돼 다행』이라며 『이제는 영령들도 평안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해저추모비 입수식에 이어 열린 추모제는 엄숙하면서도 우리 전통춤과 가락을 사이판 원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였다.자원봉사자로 나선 인기탤런트 김미숙씨는 가냘프면서도 떨리는 음성으로 추모시를 낭송,주위를 숙연하게 했 으며 이광수 사물놀이패의 비나리와 「앉을반」은 한을 신명으로 승화시키는 민족의 정서를 한껏 보여주었다.
…이날 해저추모비 건립 취재행사장에는 KBS-TV 『생방송 아침을 달린다』취재팀과 현지 데일리 마리아나스 버라이어티.사이판 트리뷴등 20여명의 보도진이 몰려 행사진행 상황을 취재했다. …1.8이나 되는 추모비를 수심 12의 해저에 세우는 작업은 매우 힘들고 위험한 난공사였다.
추모비가 안착되는 마리아나포트 해역은 오전에는 잔잔하고 물속시야도 좋지만 오후엔 물살이 빨라지고 시야도 흐려지는 지역.삼성물산(건설부문)이 인근해역에서 항만공사(현장소장 송영한)를 하고 있어 중장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마무리되 었다.
이날 작업에는 디퍼 준설선,터그 보트,페리보트,플랫 바지선은물론 다이빙용 컴프레서,수중.수상 교신기등이 총동원돼 마치 대규모 건설현장을 방불케 했다.
사이판=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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