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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도>문학 7.경희大 국문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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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단에선 경희대 국문과를 가리켜 흔히 「한국문학 사관학교」라고 부른다.그만큼 경희대 출신 문인들은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 모두에서 우리 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겨왔다.60년대이후 우리 문학의 흐름을 고찰할 경우 만일 경희대 출신 문인들의 활약상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그 목록은 상당히 초라해질 것이다. 경희대가 이처럼 뛰어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해낼 수 있었던이유로는 다음 두가지 점을 먼저 꼽지 않을 수 없다.그 하나는개교 초창기부터 시부문의 김광섭(金珖燮).조병화(趙炳華)씨,소설부문의 황순원(黃順元)씨,희곡부문의 김진수(金鎭 壽)씨,수필부문의 서정범(徐廷範)씨등 기라성같은 현역 작가.시인들이 교수로 포진해 후학 양성에 적극 힘을 기울였다는 점이고,다른 하나는 60년대 중반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문예특기생 제도를 통해 문학에 뜻을 둔 학생들을 대거 영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경희대 주최 고교생 백일장이나 현상문예에 당선하고 대입 예비고사를 통과하면 바로 본고사 없이 입학할 수있는 특전이 주어졌는데 이 제도를 통해 다수의 우수한 예비문사들이 경희대의 울타리 안에 몸을 담게 됐다.
경희대 출신 문인들은 연령이나 경향,활동하고 있는 장르에 걸쳐 극히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적으로 구획정리할 경우 크게 다음 세 덩어리로 분류가 가능하다.
제일 먼저 60년대 초반 학번들로 문단의 중진으로 자리잡은 일군의 경희대 출신 문인들을 들 수 있다.이어 두번째로 60년대말 학번들이 또 한차례 활발한 문단 진출 양상을 보였다.그리고 세번째가 70년대 중후반 학번들인데 문단에서 이른바 경희대돌풍을 일으킨 주역들이라 할 수 있다.
1세대의 주역으로는 소설에서 『아베의 가족』『우상의 눈물』같은 중후한 작품을 선보인 전상국(全商國.60학번.강원대교수)씨,영문과를 나와 국문과 대학원에 진학한 『리빠똥 장군』의 김용성(金容誠.60학번.인하대교수)씨,그리고 『겨울여 자』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 조해일(趙海一.61학번.경희대교수)씨,우리 노동소설의 새 지평을 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趙世熙.61학번)씨를 우선 들지 않을 수 없다.
시에서는 기독교정신에 바탕을 둔 휴머니즘적 시세계를 추구한 박이도(朴利道.59학번.경희대교수)씨와 60년대 시단에 참여시바람을 몰고 온 두 기수 조태일(趙泰一.62학번.광주대교수).
이성부(李盛夫.61학번)씨가 경희대의 이름을 빛 낸 사람들이다.드라마 부문에선 단연 신봉승(辛奉承.57학번)씨를 꼽지 않을수 없다.청년기엔 시.소설.평론등 전방위적 문학활동을 펼친 辛씨는 장년기에 방송가에 입성,역사드라마로 안방극장을 풍미했으며이를 바탕으로 48권에 달하는 역 사소설 『조선왕조5백년』을 집필하기도 했다.
2세대에선 소설부문의 한수산(韓水山.69학번)씨가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원래 춘천교대를 다니다 경희대에 학사편입한 韓씨는 감성적인 연애소설과 선이 굵은 역사소설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여왔다.이유범(李庾 範.70학번).우선덕(禹善德.72학번)씨도 비슷한 시절에 학교를 다녔다.
2세대에선 소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대신 시에서『썩지않는 슬픔』의 김영석(金榮錫.65학번.배재대교수)씨를 필두로 비운의 운명을 살다간 박정만(朴正萬.67학번.작고)씨,『서울 예수』의정호승(鄭浩承.68학번)씨등이 맹렬한 활동을 벌 인바 있다.또지난해엔 박해석(朴海錫.67학번)씨가『눈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로 제2회 국민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단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드라마부문에선 『아들과 딸』의 박진숙(朴眞淑.67학번)씨,『전원일기』의 김정수(金貞秀.68학 번)씨가 튼실한 리얼리즘에바탕을 둔 방송드라마를 선보인 바 있다.
3세대의 경우 이름을 열거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많은 문인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문예특기생제도의 위력을 실감케 해주고 있다.70년대 중반 학번으로는 소설의 경우 알레고리 기법과 남성적 필력이 돋보이는『거인의 잠』『빙벽』의 고원정 (高元政.74학번)씨가 유명하며 이연철(李然喆.75학번).유재주(柳在洲.
75학번)씨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시에선 과감한 형태파괴적 시로 독자들을 놀라게 한 박남철(朴南喆.74학번)씨와 요즘은 소설분야로까지 작가적 반경을 넓힌 하재봉(河在鳳.75학번)씨가 있다.
그리고 문제의 78학번에 이르면 동기생 가운데 작가보다 작가아닌 사람을 찾는게 빠를 정도로 문단 데뷔가 활발했다.시에선 수년동안 베스트셀러 시집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의 유시화(본명 安在燦)씨를 비롯,박덕규(朴德奎).이문재(李文宰).박주택(朴柱澤)씨 등이 주목을 받았는데 이들은 대부분 80년대에 「시운동」동인 멤버로 활동하며 신화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시세계를 추구해왔다.소설분야에선 제1회 국민일보문학상 수상작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운다』의 김형경(본명 金貞淑)씨와 95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길 위의 집』의 이혜경씨 이 두 여성작가를 들수 있다.
79학번으로 5공시절 장시『한라산』으로 필화사건을 일으킨 이산하(본명 李相伯)씨와 『제부도』로 주목받는 여성작가 대열에 뛰어오른 서하진(79학번.본명 徐德順)씨가 있다.
또 3세대에선 평론가도 다수 배출됐는데 75학번인 신덕룡(辛德龍)(광주대교수).김종회(金鍾會.경희대교수)씨와 79학번의 트리오 강웅식(姜雄植).문흥술(文興述).하응백(河應柏.경희대교수)씨가 있다.그리고 최근엔 80년대 중후반 학번 들이 서서히문단에 진출,제4세대를 형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시에 백상열(白相悅).김정수(金正洙).이성수(李聖洙)씨,평론에 한원균(韓元均).신현철(申鉉喆).홍용희.백지연(白智延)씨,소설에 유승찬(柳承燦)씨 등이 그들이다.
***세련된 문체 공통적 이처럼 문단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는경희대 출신 문인들은 작가적 경향에 따라 사회참여적 주제를 강하게 노출한 민중문학 계열의 작가와 상대적으로 대중성.도시성.
모더니즘 정신과 친밀한 관계를 지닌 감각파로 대별이 가능하다.
한편에 조태 일.이성부.조세희씨에서 박정만. 정호승씨를 거쳐 이산하씨로 계승돼온 흐름이 있다면 다른 한편엔 조해일.한수산.
고원정씨 및 「시운동」멤버들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는 셈이다.그러나 이념적.문학적 경향과 상관없이 경희대 출신 문인들 중에는세련된 스타일 리스트가 많은 편이다.이는 재학시절 황순원교수 밑에서 문장 하나,토씨 하나에 신경쓰는 엄격한 문학수업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남진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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