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리는 방콕 韓.日 정상회담-일본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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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태국으로 향하는 전용비행기 안에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는 한.일정상회담의 의의에 대해 『영토(독도)문제에 발목잡혀 다른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지도 못하는 현 상태를 해소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상 해소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라고 덧붙였다.한마디로 말해 「청.일전쟁 이후 최악」이라고까지 불리는 한.
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실마리를 푸는데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독도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을 바꾸겠다는 뜻은 아니다.『양국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영토에 관한 일본의입장은 확고하다』는 하시모토 총리의 말처럼 일본의 주장은 예전그대로다.독도 문제는 접어두고 다른 현안들을 먼저 논의하자는 것이다. 일본이 생각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역시 북한문제.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두고도 온갖 상반되는 분석이 나도는상황인지라 양국 지도자가 만나 북한에 대한 인식을 조율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다음달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을앞둔 일본으로서는 미.일 안보체제 강화,대북한 중유제공문제 등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한국측에 미리 입장을 알려야할 필요성도 갖고 있다.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교섭 재개를 앞두고 한국의 양해를 얻어 놓을 작정이다.이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측도 『수교교섭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다만 한국을 쏙뺀 채 교섭을 진행하거나 남북대화와의 연계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주문을 달았다.일본은 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유럽연합(EU)의 돈을 끌어들일 필요성에 대해서도 한국의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하시모토 총리는 2일에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외에 존 메이저 영국총리,헬무 트 콜 독일총리,자크 시라크프랑스대통령 등도 만나 KEDO 참여를 요청할 예정이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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