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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가격결정권 줄다리기 할인점이 메이커에 완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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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때 프라이스클럽.킴스클럽.마크로 등 대형할인점에 저가(低價)납품을 거부하던 제조업체들이 최근들어 되레 다른 업체보다 더싸게라도 물건을 넣겠다고 아우성이다.대형할인점과 제조업체의 관계에서 가격결정권이 할인점으로 넘어간 결과다.
실제로 오뚜기식품은 프라이스클럽이 문을 연 94년에는 시중보다 20%정도 더 싸게 납품을 요구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물건공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가격파괴점이 현금거래와 대량구매의 이점이 있는데다 경쟁업체와의 시장점유율경쟁에 영향을 미치자 오뚜기는 최근 카레.
수프.참기름.사과식초.라면등의 일부품목을 프라이스클럽에 출고가보다 10%정도 더 할인된 값에 특별공급하고 있다 .
또 커피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동서식품과 스타킹업계의 독보적 업체인 남영나이론도 당초에는 프라이스클럽에 물건공급을 거부하다지난 11월이후부터 속속 가격파괴점에 납품하고 있다.
롯데 등 국내 햄업계 3대회사들도 킴스클럽이 오픈할 당시인 지난해 6월께 시중보다 20%정도 싸게 물건을 공급하라는 요구를 거부하다 최근에는 아예 30%로 낮추고 아르바이트 판매원까지 지원을 약속하며 입점교섭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 다.
프라이스클럽.킴스클럽.마크로.E마트.그랜드마트 등 현재 30여곳에 이르는 가격파괴점포는 지난해의 경우 전체 소매업 매출 3백조원 가운데 0.4%수준에 그치는 1조원미만으로 업계에서는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파괴점은 올 매출규모가 2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인데다 오는 98년까지 대형할인매장만도 68개나 신규로 개점할 계획이어서 2000년에는 무려 8조원 시장에 이를 전망이다.제조업체들은 당장 직영대리점들의 반발을 우려해 가격 파괴점에 납품을 거부하기 보다 아예 적극적인 자세로 물건을 공급하는 자세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프라이스클럽의 권영배매입부장은 『이미 소비자들이 할인업체에 대한 선호로 제조업체들도 이곳에 납품하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인식의 변화가 커 가격결정이 제조업체주도에서 유통업체 중심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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