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10대 포로’ 영상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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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관타나모 기지에서 복역 중인 캐나다인 오마르 카드르가 16세 때인 2003년 2월 오렌지색 죄수복을 벗어 캐나다 정보요원들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관타나모 AP=연합뉴스]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감 중인 10대 캐나다인의 신문 장면을 담은 비디오가 15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비디오는 관타나모 포로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를 그대로 보여줘 인권 탄압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관타나모 기지에 복역하고 있는 오마르 카드르는 15세 때인 2002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류탄을 던져 미군 특수부대원 1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의 한쪽 눈을 실명하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될 당시 그는 미군 폭격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카드르의 변호인들은 그가 16세 때인 2003년 2월 나흘에 걸쳐 캐나다 정보요원들로부터 신문 받는 장면이 담긴 8시간짜리 비디오 중 10분짜리 발췌본을 15일 공개했다. 비디오는 벽의 난방기 통풍구를 통해 찍혔다.

비디오에는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카드르가 얼굴을 손에 묻고 울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죄수복을 들어올려 가슴과 등의 상처를 보이며 “오랫동안 의사의 치료를 요구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내가 어떻게 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소리쳤다. 카드르는 “도와 달라”고 여러 번 요청하다 캐나다 정보요원들이 그를 풀어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나를 죽이라”며 울먹였다.

카드르의 미군 변호사인 윌리엄 퀴블러 소령은 “카드르는 그동안 피에 굶주린 10대 테러리스트로 비쳐졌지만 비디오를 보면 겁에 질린 소년임을 알 수 있다”며 “그의 테러 행위는 (알카에다 자금책인) 아버지의 말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르의 아버지는 아들과 현장에 있다가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카드르 등 관타나모 수감자들에게 한밤중에 세 시간마다 방을 옮기게 해 잠을 재우지 않는 신문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이 부족한 수감자들이 쉽게 자백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J D 고든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은 수감자를 인간적으로 대한다”며 “카드르를 학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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