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재밌다] 메달 독식 NO … 변화하는 게임의 규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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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게임의 규칙은 변한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하키에 처음 출전한 인도는 단숨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영국으로부터 하키를 배운 인도는 56년 멜버른 올림픽까지 6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1928~68년에 치러진 아홉 차례의 올림픽에서 인도는 모두 일곱 번, 나머지 두 번은 파키스탄이 정상을 밟았다. 두 나라의 정교한 스틱워크와 월등한 개인기가 유럽을 압도한 비결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초반, 인조잔디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룰이 도입되며 모든 게 바뀌었다. 잔디의 질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게 표면적인 논리였다. 이제는 개인기보다 힘과 체력에 바탕한 조직력이 더 중요해졌다. 72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그 덕에 독일이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인도와 파키스탄은 점점 하향곡선을 그렸다. 마침내 올해는 인도 하키가 80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의 금메달 텃밭인 양궁은 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두 선수가 격투기처럼 맞대결하는 토너먼트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TV 중계를 의식한 변화라고 국제양궁연맹은 설명했지만 내막은 ‘신궁의 나라’ 한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토너먼트 성격상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발사하는 화살의 수(예선부터 8강까지 18발→12발)와 시간(1발당 40초→30초)을 줄였다. 이변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국제양궁연맹은 “순수성을 지키는 것보다 인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유럽이 양궁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했어도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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