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테러 대책 '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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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준비상황이 형편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장 시설이 완공되지 않아도 경기를 치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 문제는 안전확보 등 테러대책이 미비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아테네 올림픽은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올림픽이다. 따라서 여자 테니스 세계챔피언인 세레나 윌리엄스 등 일부 선수는 경기장의 안전을 문제삼아 불참을 고려할 정도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와 더 타임스 등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까 걱정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신문들은 부활절 연휴(4월 9~12일) 동안 전문가들과 함께 아테네 올림픽 시설 건설현장을 점검했다. 그 결과 "올림픽 개막 이전까지 공사 완료가 어려워 제대로 된 테러 대책은 아직 세우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39개 관련 시설 가운데 현재 공사를 마친 곳은 15곳에 불과하다. 우선 주 경기장 공사 도중 주차장으로 사용될 부지에서 고대 그리스 동전 등 유물이 발견됐다. 공사를 중단하고 국립고고학 발굴단이 지표조사에 들어갔다. 기원전 4세기 무렵의 마을로 확인됐으며, 발굴단은 보다 정확한 확인 조사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수영장의 경우도 공사가 지연돼 지붕이 없다. 조직위 측은 임시로 지붕을 얹겠다고 했으나 그나마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더 타임스는 "수영 선수들이 선블록 크림을 바르고 대회에 출전해야 할 것"이라며 "선수들이 충분히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영장의 전광판 공사는 아직 시작도 안됐다. 공정이 늦어지고 있지만 서두르는 기미도 없다. 벨로드롬 경기장의 경우 지붕 공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영국 건축전문가 노먼 트레인은 "현 시점에서 최소한 3분의 1 이상 공사가 끝나 있어야 하지만 4분의 1에도 못미친다"고 말했다.

마라톤시와 아테네를 잇는 도로의 2차로 확장공사도 지연되고 있다. 이 길은 이번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할 마라톤 코스로 사용될 예정이다.

공사가 이렇게 지연되면 불가피하게 보안상 허점을 드러낸다. 막바지에 몰려 공기를 단축하려다 보니 공사의 마지막 단계인 안전시설이 미흡하게 되고, 공사가 끝난 이후 테러 등에 대비한 안전 훈련을 실시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을 둘러본 트레인은 "많은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출입을 저지당한 곳은 딱 한곳에 불과하다. 공사현장을 둘러막는 안전벽도 설치되지 않았다. 누구나 무단 출입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테네 올림픽 관계자는 "그리스인 특유의 벼랑 끝 전술 같은 것이다. 막바지에 가면 다 된다. 안전 문제도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등 외국 기관들과 협의해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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