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꿈의여정 50년 칸타빌레] 114. 40주년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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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998년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기념 공연은 이듬해 했다. 30주년 무렵, 내가 더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0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딱 10년만 노래에 매진하고자 남편을 미국에 남겨 두고 서울로 이사까지 했다. 하지만 40주년 공연을 앞두고 앞으로도 10년은 무난히 더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내 목소리가 만족스러웠기에 자신감도 넘쳤다.

목소리도 얼굴이나 몸처럼 나이가 든다. 하지만 얼굴이나 몸과는 달리 쓰면 쓸수록 연마된다. 단련 기간이 늘어날수록 목소리는 점점 좋아질 수 있다. 젊은 목소리는 또렷하고 분명한 대신 뾰족하게 날이 서 있는 칼과 같다.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불안정하다. 하지만 나이 든 목소리는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다. 안정되고 성숙해지는 것이다. 40주년 무렵의 내 목소리가 ‘골든 보이스(Golden Voice)’가 아니었나 싶다.

“이 상태로 잘 관리하기만 한다면 10년 후 50주년 기념 공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40주년 기념 공연을 하면서 앞으로 10년도 지금처럼 절정에서 노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나는 40주년 대공연과 전국 8개 도시 투어를 하면서 팬들에게 약속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몸과 목소리를 관리해서 10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을 말이다.

정상을 향해, 더 높은 곳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온 40년이었다. 한참을 달려와 보면 언제나 또 다시 시도해야 할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도전을 끝내고 나면 또 다시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도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레이스의 끝이 과연 어디인지, 새로운 도전과 기회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려왔다.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고, 나는 그 운명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 가수활동에 마침표를 찍을 나이라고 생각해왔던 60대에 접어들면서 나는 되레 보다 분명한 목표를 갖게 됐다. 그 목표는 10년 후, 데뷔 50주년 기념 무대에 서는 것! 나 자신과 지금까지 패티 김을 있게 한 수많은 팬 앞에서 한 약속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50대가 되면서 나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때마침 찾아온 갱년기는 그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었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우울한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60대를 맞으면서 ‘나이 듦의 행복’을 깨닫게 됐다. 젊음을 놓치지 않는 법보다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패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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