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극단미추 "사천사는 착한사람"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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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요즘 세상에서 인간이 선한가 혹은 악한가 하는 물음은 우문에 속할지 모른다.
그러나 극단 미추가 11일부터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사천 사는 착한 사람』은 관객들에게 때로는 이런 질문을던져보는 것도 의미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작품은 인간이 과연 얼마나 선할 수 있을까 라고 묻는 동시에선한 얼굴과 악한 얼굴의 가면을 숨겨 번갈아 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현실을 뚜렷하게 포착해 보여준다.
이야기는 세명의 신들의 결의문으로 시작된다.그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세상을현재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신들에게 착한 인간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 것은 바로 한 젊은창녀였다.신들로부터 돈을 선사받은 창녀 센테는 『앞으로 더 많은 선행을 베풀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지만 현실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거절할 줄 모르는 착한 그녀에게 도 와달라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선량함」은 그녀가 짊어져야할 부담이 된 것.
결국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무자비한 사촌 슈이타의 가면을 빌린다.슈이타의 가면을 쓰고서야 센테는 도와달라는 요구를 단호히거절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상황은 갈수록 그녀가 착한 여자 센테로 살아가게 하기보다 슈이타로 살아가도록 강요한다.결국 마을 사람들에 의해 역할 게임을 계속하지 못하고 신들앞에 선 그녀는 『항상 센테로 살아가기엔 삶이 너무 힘겹다』며 절규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원작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중견 연출가 이병훈의 치밀하고 탄탄한 연출력을 통해 힘을 얻었다.
특히 간결하면서도 사람의 체취를 품어안은 듯 정겹게 꾸며진 무대(이학순)는 극의 완성에 큰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싶다.보는 재미,생각하는 재미를 함께 준 수작임에도 불구하고오늘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려 아쉽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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