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通路 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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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수시1학기 모집에서는 82개교에서 1만1838명을 선발한다. 2010학년도부터 수시1학기 모집이 폐지됨에 따라 지난해보다 약 2300명 줄었다. 수시1학기의 가장 큰 특징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수능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수능에 약한 수험생이라면 자신의 성적보다 더 높은 수준의 모집단위에 합격할 수도 있다. 이런 장점 때문인지 수시1학기의 경쟁률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 6월말, 한 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컨설팅 관리를 받던 학생으로 고3 내내 언어 1~2등급, 수리 4~5등급, 외국어1등급, 사탐 2등급의 모의고사 성적을 받았었다. 수능 4개 영역 중 2개(또는 3개)영역 이상 2등급이 가능해 수시2학기의 서울대 특기자, 연세대, 고려대학교에 원서를 내고 수능일 이후로 치러지는 논술에 대비하면서 수능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수능 당일, 어떤 이유에서인지 언어영역시간에 15문제를 풀지 못해 언어 5등급, 수리 4등급, 외국어 1등급, 사탐 3~4등급의 점수를 받았다. 청천벽력이었다. 수시에서 유리한 학생부 실적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고, 평소에 꾸준히 등급을 유지했던 터라 연세대, 고려대 이하는 생각도 하지 않고 원서조차 쓰지 않았었다. 결국 정시에서 자연계열로 교차지원, 중하위권 대학 물리학과에 합격하긴 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재수의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번 6월 평가원 모의고사 결과를 받고는 심란한 마음에 연락해 온 것이다. 언어 4등급, 수리 4등급, 외국어 1등급, 사탐 1~2등급으로, ‘수능 반영영역 중 2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의 최저학력기준에는 해당되지만, 작년의 아픈 경험 때문에 불안하기만 하다고 걱정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수시1학기 연세대, 중앙대 등 ‘입학사정관’전형에 해당하는 대학들부터 공략해 나가기로 했다.
  수능 당일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6월 평가원 모의고사 결과와 3학년 1학기까지 완료된 학생부를 가지고 냉정히 판단해야 할 시기다. 나 만큼 경쟁자들도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에 남은 4개월 동안 점수를 올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의 모의고사 성적으로 정시에 갈 수 있는 대학을 가늠해 보고 수시1학기 모집대학 중에 비슷하거나 약간 상위 대학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라.
  그러나 수시1학기는 2009학년도 대학입시의 시작에 불과하다. 수시1학기 모집 전형기간은 수능에 박차를 가해야 할 여름방학시기이므로, 수시1학기에 올인해 합격하지 못했을 경우 수시2학기와 정시모집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수시1학기 모집에만 전력투구해서는 안 된다. 수시2학기와 정시모집까지 장기 계획을 세워 학생부 관리와 수능점수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김형일 거인의어깨 교육연구소
02-564-2188, www.im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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