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D-2] 정동영 전격 사퇴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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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2일 경남 남해군 남해장터에서 주민들이 선물로 준 남해 특산물인 마늘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안성식 기자]

▶ 민주당 추미애 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신당동 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12일 저녁 당사에서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를 전격 사퇴한 뒤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2일 제주에서 급히 귀경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정동영 의장의 목소리는 쉬었고 떨렸다. 이날 鄭의장은 호남지역을 돈 후 제주에서도 유세를 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상황이 급변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마치겠다"던 鄭의장이었다.

그는 오후 6시10분 민병두 총선기획단장에게 "기자회견을 준비하라"고 통보했다. 곧이어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후 9시10분쯤 굳은 표정으로 영등포 당사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鄭의장은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22번 자리를 함께 던졌다. 다만 당의장직은 총선 후에 거취를 결정키로 했다.

하루도 안 지나 선대위원장직 사퇴와 비례대표 포기를 결정하기까지 鄭의장과 측근들, 그리고 당 지도부는 논란에 논란을 거듭했다. 측근들은 鄭의장에게 "지금 사퇴를 하면 오히려 수도권 등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선대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건의했다. 鄭의장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오후에 달라졌다. 이날 전해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에 1당을 내주게 생겼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당 이곳저곳에선 "더 이상 선대위원장 자리에 머물렀다가는 영남지역에서의 완패는 물론 탄핵세력에 국회를 넘겨줄 수 있다"며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갔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鄭의장은 "이제 내가 결정해야 할 때"라며 결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 민병두 단장은 "거여견제론의 확산과 지역주의 부활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鄭의장은 사퇴선언문을 낭독한 뒤 곧바로 당사 1층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으로 향했다. 신기남.이미경 상임중앙위원, 한명숙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뒤를 따랐다. 鄭의장은 알루미늄 돗자리가 깔린 바닥에 앉아 허탈한 듯 웃음을 지었다. 옆 자리에 앉은 김희선 의원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연방 눈물을 훔쳤다. 천정배 의원 등 鄭의장과 가까운 일부 의원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鄭의장의 사퇴에 대해 야당은 "탄핵의 불씨를 지피려는 정치쇼"라며 냉담하게 반응했다. 한나라당 은진수 대변인은 "노년 폄하 발언을 사과하는 차원이라면 그 즉시 정치적 책임을 졌어야 옳다"며 "열린우리당이 위기를 조성해 노사모 등 친노세력을 재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장전형 선대위 대변인도 "노인폄하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정동영 의장이 영남지역 후보들의 요구에 따라 사퇴했으나 본질은 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호.김선하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jongta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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