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45.인간은 동물이면서 이성적일 수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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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간은 동물이면서 동시에 이성적일 수 있는가.』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한 문구 중 하나다.학생들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성적 동물」이라는 개념을 논쟁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지식을 비판적으로 사고하는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논술이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논제는 충분히 청소년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논제다.
고교 「국민윤리」교과서(4쪽 이하,117쪽에서 120쪽 참조)뿐만 아니라 「철학」「사회문화」교과서에서도 인간이 이성적 동물임을 언급하는 대목을 찾을 수 있다.그러나 이들 교과서의 설명은 논쟁적 문제의식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 다.
이 논제는 종족 살상.집단이기주의.지역주의를 염두에 두고 출제한 「집단구획의식이 어떻게 보편적 의식으로 바꿔질 수 있는가」하는 올해 서울대 입시 논제와도 관련된다.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비이성적 현상에서 인간의 욕망이 이기 적이고 탐욕적 행위로 나아가지 않고 이성적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충분히 제기해 볼만한 것이다.
우선 이 논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물」과 「이성」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여기에서 「동물」은 욕망의 논리로 지배되는 존재임을 의미한다.반면 「이성」은 그 욕망의 논리를 넘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로서 타인과 일정한 조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는 지적 조건을의미한다.원래 「이성」이라는 말 속에 「질서」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도 바로 이런 의미에서 유래한 것이다.
만약 이 논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개진하려 한다면 인간의 동물적 본능이 사회에서 이성적으로 실현될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적 조건을 지적하거나 이성적 형식으로 표현된 인간의 행위라 할지라도 결국은 욕망의 논리에서 연장된 것임을 밝혀 야 한다.반면 이 논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할 경우 보다 세밀한 논리가 필요하다.단순히 「인간은 이성적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공허한 동어반복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 논리는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개진될 수 있다.
하나는 인간이 「노동」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인간은 노동을 통해 사물에 대한 지식과 자아의식,그리고 「자신의 욕망을유보하고 그 욕망을 타인에게 양보」함으로써 타인을 의식하게 되는 「이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 그 하나의 논 리다.
다른 하나는 인간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언어는 「노동」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동물로부터 구별하는 중요한특징이다.이 언어를 통해 타인과 의사소통은 물론 그것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의식,이성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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