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능화·보상 10월까지 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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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북한이 제출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의 내용에 대한 검증과 관련, ▶핵시설 현장 방문 ▶관련 문서 및 기록 제출 ▶기술자 면접 조사 등 3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상세한 검증방안을 담은 검증 계획서(프로토콜) 작성에 실패해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비핵화 실무그룹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6개국은 12일 베이징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6개항의 언론 발표문을 채택하고 수석대표회의를 끝마쳤다.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12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이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김숙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양제츠 외교부장, 크리스토퍼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바라다브킨 러시아 외교부 차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베이징=뉴시스]

◇세부사항 들어갈수록 난제=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착수 등의 진전에 따라 9개월여 만에 회담이 재개됐지만 당초 목표한 성과를 얻진 못했다. 언론 발표문은 이미 몇 차례 거듭된 북·미 간 양자 협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는 앞으로 진행될 비핵화의 진전이 더디고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 대표인 김숙 한반도교섭본부장과 미국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란 속담을 인용했다. 세부 사항에 들어갈수록 난제들이 많다는 뜻이다. 검증 계획은 하나라도 더 보려는 측(미국 등 5개국)과 최소한만 보여주려는 측(북한)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당초 쟁점이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참여 문제는 “필요할 경우 자문과 지원을 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는 것으로 절충했다. 하지만 자문과 지원의 수준, 가령 IAEA의 첨단 장비를 북한에 갖고 가 검증에 사용하는 문제 등은 추후 과제로 넘겼다.

북한이 강력히 요구한 에너지 제공 완결 문제도 묘안을 찾지 못했다. 한국·중국은 중유 대체물인 각종 설비·자재 제공 계약서를 8월 말까지 체결해 북한을 안심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의 몫인 중유 20만t을 누가 떠안을지는 논의조차 못했다.

◇“8월 11일까진 굴러갈 것”=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검증 계획서는 8월 11일까지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26일 의회에 통보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는 그로부터 45일이 지난 뒤 발효한다. 그 사이 북한의 협력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미국은 해제 조치를 백지화할 수 있다. 회담 소식통은 “8월 11일 이전에 검증팀 1진이 북한 땅을 밟아야 한다는 사실을 북한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선 변수가 남아 있다.

한 소식통은 “8월 이후엔 검증을 실행하고 핵 폐기 논의를 해야 하는데 미국이 본격 대선에 들어가는 시기와 겹친다”며 “북한이 2004년 미 대선 때 선거의 향방을 지켜보며 6자회담을 장기 공전시킨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베이징=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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