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월드컵이 우월’ 유지하려 남자축구 23세 이하로 출전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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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올림픽에서 남자축구는 출전 선수의 나이를 제한한다. 월드컵의 지위를 올림픽보다 우월하게 유지하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행여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될까봐 조바심을 내는 여타 종목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다.

프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이 허용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당시 올림픽에는 23세 이하 선수만 출전했다. 그런데 경기력이 너무 떨어져 관심이 줄자 96년 애틀랜타 대회 때부터 3명의 23세 이상 선수가 ‘와일드 카드’로 합류하게 됐다.

하지만 세 살 차이의 국제대회(U-17 월드컵, U-20 월드컵 등)를 운영하는 FIFA에 올림픽은 U-23 대회인 셈이니 ‘와일드 카드’가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FIFA는 최근 호나우지뉴(브라질) 등의 올림픽 출전을 둘러싸고 대표팀과 소속 클럽 간 갈등이 불거지자 “23세 이하 선수는 풀어줘야 한다”면서도 “와일드 카드 선수까지 클럽팀이 내줘야 할 의무는 없다”고 못 박았다.

여자축구에는 이 같은 제한이 없다. FIFA가 ‘올림픽을 통해 시장을 키우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육상이 잘 나가던 90년대 후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올림픽 출전 육상선수의 나이 제한을 검토했다.

하지만 세계육상선수권이 포뮬러원(F1) 등 자동차 경주대회에도 밀리면서 ‘꼬리’를 내렸다.

테니스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부터 우승자 등에 대한 랭킹 포인트를 크게 늘렸다. 올림픽에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권위가 부여되면서 나달(스페인), 페더러(스위스), 샤라포바(러시아) 등 톱스타들이 대거 출전한다. 올림픽과 공생을 선택한 테니스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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