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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D-4] 여야 '돈봉투' 비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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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성남 중원 지역에서 유권자 세 명이 선거운동원으로부터 받았다며 선관위에 신고한 돈다발과 지지자 명단을 적기 위한 종이 양식.

오는 30일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25일 터져나온 경기도 성남 중원의 '돈 봉투' 사건이 이번 재.보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A향우회 지회장 김모(64)씨가 유권자 4명에게 돈을 건네며 주변 사람의 이름.주소.휴대전화 번호 등을 기재할 수 있는 서식을 배포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사건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돈을 받은 유권자들이 '김씨가 열린우리당 조성준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가 이 일과 관련, 조 후보 측에게서 직접 지시를 받았는지는 아직 명확지 않다.

금품 살포 과정에서 조 후보 측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남 중원은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의 최대 격전지다. 이곳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전체 선거의 성패가 달려 있다.

호재를 만난 한나라당은 즉각 맹공을 펼쳤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열린우리당 조 후보 측이 돈을 돌리다 들키고 말았다"며 "아무리 초조해도 그렇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돈을 뿌리며 표를 사려 하느냐"고 비난했다.

반면 조 후보 측은 "금품을 준 사람은 민주당원"이라며 "금품 살포와 관련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김씨가 금품 제공 사실은 부인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인적사항을 열린우리당 선거사무소에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이 화살을 돌리자 민주당도 발끈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금품 살포자가) 민주당원이라는데, 노무현 대통령과 조성준 후보는 (과거) 민주당원이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돈을 준 사람은) 조 후보와는 아주 막역하게 형님.동생하는 사이로 조 후보 개인의 핵심 인맥"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조 후보의 사퇴도 요구했다.

충남 아산에서는 거리 유세 참가자들에게 음식물과 교통비가 제공됐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거친 공방을 주고받았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충남 선관위가 금품 제공 사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며 "한나라당은 확인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정치공세에 나서기 전에 자신의 낡고 썩어빠진 선거행태를 돌아보기 바란다"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음식물.교통비가 제공됐다는 자리에 한나라당 후보 측 관계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고 맞섰다.

여야 모두 겉으로는 격한 반응을 쏟아냈지만 막후에선 이번 사태의 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특히 성남 중원의 경우 워낙 박빙지역이어서 의혹 제기만으로도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돈봉투' 의혹이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 의견이 갈렸다. 한 당직자는 "여당의 부정 의혹이 불거진 만큼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반겼다. 반면 또 다른 당직자는 "성남 중원은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이 3파전을 벌이는 곳"이라며 "이번 일로 여당 지지자 중 일부가 민노당에 투표해 민노당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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