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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봤습니다] 폴크스바겐 SUV ‘티구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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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일 국내에 출시된 독일 폴크스바겐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Tiguan). 호랑이(Tiger)의 강인함과 이구아나(Iguana)의 날렵함을 동시에 갖췄다는 의미로 작명했다고 한다. 좀 허풍이 심한 게 아닐까. 강함과 날쌤이란 게 좀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 아닌가. 그렇다면 직접 몰아보는 수밖에.

지난달 중순 폴크스바겐의 본사가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170마력의 2000㏄ 가솔린 모델(TSI)의 티구안에 올랐다. 국내엔 같은 배기량이지만 140마력짜리 디젤 모델(TDI)과 200마력의 가솔린 모델(TSI)이 출시됐으니 시승차는 그 중간쯤 되겠다.

일단 날렵함을 시험해 보기 위해 독일 국도를 달려봤다. 속도를 높이자 독일차 특유의 엔진음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좌우로 심하게 굽은 길에서 시속 70~80㎞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렸다. 차체가 높아 쏠림현상이 심한 SUV의 특성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불안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속도 무제한’으로 유명한 아우토반(고속도로)에 올랐다. 시속 140, 150, 160㎞… 액셀을 밟는 대로 차는 반응한다. 시속 170㎞를 넘었다. 약간씩 변화가 느껴진다. 계기판 바늘의 빠른 움직임이 둔화되기 시작한다. 액셀을 더 깊이 밟아본다. 바늘 끝이 200이란 숫자를 힘겹게 지났다. 질주 본능에 충실한 드라이버라면 티구안이 시속 180㎞ 이후 보여준 능력에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그러나 너무 지나친 욕심 아닐까. 티구안의 배기량이 2000cc에 불과한 점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써 티구안의 이구아나적 특성은 웬만큼 증명이 된 셈이다.

이제 호랑이의 강함을 느껴볼 차례다. 아우토반을 벗어나 폴크스바겐의 오프로드 전용 코스로 들어갔다. 언덕 경사 40도. “이쯤이야” 하듯 쉽게 오른다. 이번엔 60도. 언덕 초입에서 약간 밀리는 듯했지만 액셀을 밟자 강하게 치고 올라간다. 오프로드 전용 버튼을 누르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스스로 ABS를 가동시키며 안전하게 내리막길을 내려온다. 하지만 국내에 출시된 차량엔 오프로드 전용 버튼이 빠져 있다. 그러나 상시 네 바퀴 굴림(4모션) 시스템을 갖춘 만큼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겠다.

평행주차를 자동으로 해주는 파크어시스트 기능은 덤이다. ‘P’ 버튼을 누르고 안내에 따라 기어만 바꿔주면 스티어링휠이 스스로 빠르게 돌아가며 주차를 끝낸다. 침체된 국내 SUV 시장에서 티구안이 주목받는 이유도 강함·민첩함과 함께 4000만원 초·중반대 가격으로 첨단 편의사양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볼프스부르크(독일)=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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