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한남신용금고 부도 유언비어에 시달리다못해 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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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유언비어 퍼뜨린 사람좀 찾아주세요.』 지난 13일 경기도 화성경찰서에는 이런 이색적인 수사의뢰가 들어왔다.「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내라」니.언뜻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소리같이 들리지만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런 발상까지 나왔을까.
수사 의뢰처는 경기도오산 한남상호신용금고.악성 루머로 수백억원의 예금이 빠져 나가는등 곤욕을 치르게 되자 참다못해 결국 사법당국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남금고는 1월말 현재 자기자본 44억원에 수신이 8백71억원 가량되는 우량금고다.지난해에는 이 지역에 나온 토지보상금 1백억원중 절반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는등 왕성한 영업을 벌였다.
그런데 얼마전 이 지역에 있는 S건설사가 부도가 난 후 「한남금고가 이 건설사에 거액을 떼이게 됐다」「한남금고도 곧 부도날 것이다」는 등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고객들이 하나 둘 예금을빼가기 시작한 것.다행히 며칠전부터 사태가 진정 되기 시작했지만 불과 열흘새 2백억원 이상이 인출됐다.
금고 관계자는 『우리도 피해를 보았지만 헛소문때문에 계약을 중간에 해지한 고객들도 적잖게 손해를 봤다』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곳뿐 아니라 이런 저런 악성루머로 곤욕을 치른 금고가 늘어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예금유치에 실패하거나자신에게 불리해질 경우 경쟁사가 소문을 만드는 경우까지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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