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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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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11면

1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낸 여름 침실. 모노콜렉션

덥다. 정말 더워도 너무 덥다. ‘여름은 더워야 한다’는 기본 이치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온 현상에 여름은 길어지고, 기온은 더 높아졌으며, 장마라 해도 그다지 장마 같지 않다. 그 덕에 열대야는 여느 해보다 일찍 찾아와 잠자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예부터 ‘잠이 보약’이라 했는데 밤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에서 이 보약을 취하기가 결코 쉽지 않으니 문제다.

여름밤 숙면을 돕는 침실 인테리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낮에 졸리는 것은 물론이고, 늘 피곤한 상태인 만성 피로로 이어질 뿐 아니라 어지럼증과 두통, 인지능력 저하 등의 증세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심장질환과 고혈압, 인슐린 분비 장애로 인한 당뇨, 신경정신 계통 이상 등 다양한 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하니 가족 건강을 위해서라도 열대야 극복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에어컨이나 선풍기·제습기 등도 여름철 열대야를 이겨 내기 위한 필수 도구다. 하지만 이를 준비하기에 앞서 침실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오히려 더위를 부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요 컬러와 사용된 소재, 스타일과 장식의 정도에 따라 공간에서 느끼게 되는 체감온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 3 침구에 들어간 커다란 나뭇잎 패턴이나 바다 속 풍경이 침실을 한층 시원하게 보이도록 한다. 마리메코 4 심플하면서도 순백의 깨끗한 이미지로 여름 침실을 깔끔하게 연출할 수 있는 화이트 면 소재 침구. 덕시아나

오감을 시원하게 만족시키는 침실 연출
집 안 인테리어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거실이다. 남들에게 가장 쉽게 노출되는 공간이고, 가족이 함께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실제로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공간은 침실이다. 하루의 4분의 1~3분의 1 정도 되는 꽤 긴 시간을 침실에서 머물게 된다. 비록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더 많기는 하지만 건강과 직결되는 곳이므로 계절 변화에 맞춰 인테리어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름이라면 우선 체감온도를 떨어트릴 수 있는 ‘눈이 먼저 시원해지는 방’을 컨셉트로 하는 것이 좋다. 가장 쉬운 방법은 차가운 색 계열을 주요 컬러로 사용하는 것. 블루는 안정감을 주면서 청량감과 산뜻한 이미지도 갖고 있어 대표적인 여름 컬러로 꼽힌다. 다른 컬러와 매치하기에도 수월한 편이고, 명도나 채도에 따라 다양한 블루가 가능하기 때문에 스타일 표현도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화이트로만 꾸며진 방도 시원해 보이지만 여기에 블루나 실버 컬러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해 꾸민 방도 여름 침실로서 적격이다.

침실에서도 작은 소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금속이나 아크릴 소재의 소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위트 있는 디자인의 소품도 괜찮은 선택이다. 한 번쯤 웃고 지나갈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니까. 물·바다·숲 등 시원한 이미지가 담긴 사진 작품을 걸어 두는 것도 소품 활용으로 좋은 방법이다.

“가구를 너무 많이 두거나 지나친 장식은 결코 시원해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미니멀한(간결한) 꾸밈이 좋습니다.” 모노콜렉션 장응복 사장의 조언처럼 지나치게 욕심 낸 침실은 오히려 답답하고 덥게 느껴질 수 있으니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 한두 가지만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여기에 잠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고,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는 라벤더 오일을 베갯잇에 살짝 떨어트린 후 시원한 물 한잔을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놓는다면 열대야가 한결 만만하게 느껴질 것이다.

잠을 부르는 침구 선택
여름철, 침실을 꾸밀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침대 위. 방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방의 역할을 설명하는 중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침대 커버나 이불 등 침구는 직접 몸에 닿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와 기능·촉감까지 꼼꼼히 살펴 선택해야 한다. 침구 소재로서 가장 좋은 것은 천연 소재다. 면·리넨·모시와 삼베가 대표적이다. 면 소재 침구를 풀을 먹여 사용하면 그 느낌이 또 새롭다. 몸에 감기지 않고 새 이불을 덮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버석버석’ 이불이 스칠 때마다 나는 소리는 시원한 파도소리처럼 들린다.

화이트나 아이보리 컬러의 리넨(마)을 사용하면 내추럴한 분위기의 침실을 완성하기에 좋다. 까슬까슬한 촉감이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전통 소재인 모시나 삼베는 여름 침구로 더 없이 좋은 선택이다. 작게 베드스프레드를 만들어 낮에는 장식용으로, 잘 때는 배 가리개용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은은한 광택이 있는 인견이나 면을 가공한 리플도 대표적인 여름 패브릭이다. 이현 디자인의 이현주 대표는 “면 소재의 침구를 선택했을 때 패턴(무늬 혹은 프린트)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블루나 그린 컬러의 큼직한 패턴 또는 나무·바다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한 패턴이 여름 침구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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