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인간의 8가지 감정에 숨은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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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내 감정 사용법
프랑수아 를로르·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배영란 옮김
위즈덤하우스, 480쪽, 1만7000원

당신은 지금 연인에게서 이별을 통고 받았다. 멍한 듯 아무 생각이 없다. 잠깐, 감정에 빠지지 말자. 당신은 지금 슬픔의 시작 단계에 있다. 처음엔 왜 버림받아야 하는지 화가 날 것이다. 어떻게든 그를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해댈지도 모른다. 그러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무기력한 날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다. 어느 순간 그를 떠올려도 애틋함이 없다. 아직 또 다른 사랑도 원치 않는다. 이런 단계를 미리 알고 ‘내가 이 시점에 와 있군’ 느낀다면, 실연? 이겨낼 만하다. 게다가 이 기회는 당신이 더 훌륭한 배우자를 고르게 되는 ‘학습’이고, 뜸했던 주위의 관심과 동정도 이끌어낸다. 슬픔의 유용한 기능이다.

매번 ‘왜 나는 나쁜 남자만 사귈까’를 고민하는 여자도 이 책에 답이 있다. 그가 당신의 열등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보통 남자들처럼 ‘예쁘다, 착하다’라는 칭찬 대신 ‘연애 선수’는 ‘너 혼자 잘 할 수 있겠니’라는 말로 일단 여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 뒤에 ‘오빠가 해줄게’라며 곧 열심히 위로하는 전략을 쓴다. 여자가 의존성·불안감이 있는 상태에서 더 사랑에 쉽게 빠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용법·설명서’ 라는 제목의 책들이 소설로까지 나오더니 이번엔 ‘감정 사용서’다. 눈에 안 보이는 감정까지 주무를 수 있다니 솔깃할 수 밖에 없다. 분노·시기·기쁨·슬픔·수치심·질투·두려움·사랑 등 인간의 감정을 8가지로 나눠 찬찬히 설명한다.

형체 없는 주제를 다뤘지만 뜬구름 잡기 식은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실제 상담 사례를 제시하고, 그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며 표출되는지를 공감할 수 있게 풀어준다. 중간중간 영화와 소설을 등장시켜 ‘재미있는 심리학’을 꾀하기도 했다.

왜 감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할까. 그것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분노·질투심 같은 부정적 감정도 그 쓰임새를 잘 알면 관계의 우위를 점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다섯 가지로 그 법칙을 말해준다. ①감정이 생겨나는 즉시 스스로 파악하고 ②가능한 한 빨리 표현하고 ③그 감정이 슬픔·분노 등이라면 건강에 신경을 쓰고 ④소소한 행복 ·기쁨은 더 많이 키워나가고 ⑤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감정 이입’의 표현들에 익숙해지라는 것이다.

제목에 혹하지만 너무 두껍다고 주저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가장 다스리기 취약한 감정만 골라 읽자. 건너 뛰는 부분 중 ‘여자는 왜 남자보다 더 많이 슬퍼하나’ ‘로마인과 중국인의 사랑은 다를까’ 식의 ‘쉬어가기’ 코너만 모아 봐도 좋다.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용법’이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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