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베이징과 상하이,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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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의 두 얼굴
양둥핑 지음, 장영권 옮김
펜타그램, 544쪽, 1만6000원

베이징 사람은 타 지역 사람 모두를 지방 사람이라고 싸잡아 말한다. 반면 상하이 사람은 자신을 뺀 나머지를 촌사람이라고 한다. 베이징 사람의 말에선 정치 수도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상하이 사람의 말에선 경제 수도 만큼은 상하이라는 자신감이 배어난다.

‘중국의 두 얼굴’은 중국의 두 간판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그 곳에 사는 베이징인과 상하이인을 비교 분석한 책이다. 사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의 각 지역을 다룬 책은 그동안 적지 않게 국내에 소개됐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 도서에서 찾기 힘든 두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의 베이징과 상하이 변천을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저술에서 보기 힘든 부분이다.

특히 신중국 건설과 66년 시작된 문화대혁명이 베이징이라는 도시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생동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천안문 성루에 오른 마오쩌둥은 공업화를 위해 “여기서 내려다 볼 때, 사방 어디에서나 굴뚝이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린다. 이후 800년 고도(古都)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던 베이징성(城)이 어떻게 비운의 해체 과정을 겪게 되는지를 이 책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47개에 달했던 베이징 성문과 전루(箭樓) 및 각루(角樓)는 대부분 철거되고 고작 3개 만이 남았다.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역사적 유물 베이징성이 무참하게 허물어진 자리엔 현재의 제2 순환도로와 지하철 등이 들어섰다. 저자는 ‘이것이 신중국이 자랑하는 건설이다’라고 꼬집는다.

둘째는 베이징과 상하이 사람의 특성을 유형화하고 깊숙하게 해부했다는 점이다. 싸울 때 상하이 사람이 흔히 던지는 말은 “너하곤 상관없잖아”다. 개인 간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상하이인의 개인위주 가치관이 나타난다.

반면 베이징 사람은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라고 소리친다. 지위, 권력, 신분 등 정치적 무게로 상대를 누르려는 의식이 드러난다.

각기 다른 두 도시 사람의 특성이 두 도시가 겪은 역사적 경험에서 기인한다는 저자의 설명은 공감을 자아낸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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