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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강한자여 당신 이름은 어머니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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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어머니의 죽음
데이비드 리프 지음, 이민아 옮김, 이후, 168쪽, 9500원

“해석한다는 것은 ‘의미’라는 그림자 세계를 세우기 위해 세계를 무력화시키고 고갈시키는 짓”(『해석에 반대한다』)이라고 비판했던 수전 손택의 말은 잠시 접자. 손택의 임종 직전을 외아들의 눈으로 기록한 이 책 『어머니의 죽음』을 ‘해석’하는 방식은 세 가지다.

첫째, 세 번이나 암 선고를 받은 환자의 투병기다. 책에서 우리는 절망을 끈질기게 희망으로 바꿔내는 억척 여인을 만나게 된다. 이때 희망은 감성적이거나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너무나 이성적인 이유에서 손택은 자신이 죽지 않을 가능성을 찾고 확신한다. 실험적인 치료법을 신뢰하고 의사와 과학적인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일흔두 살 생일을 3주 남짓 남겨두고 세상을 뜨기까지, 그녀는 자신이 언젠가는 죽어 없어질 존재라는 사실과 화해할 수 없었다. 죽음을 완강히 거부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아들의 비애가 책장 사이사이 스며있다.

둘째, 역작 『은유로서의 질병』을 입증하는 그 자신의 임상 기록서다.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난 손택은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평론가이자 사회운동가다.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던 75년, 그녀는 림프절까지 퍼진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질병의 왕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이 왕국의 지형을 둘러싸고 날조되는 가혹하면서도 감상적인 환상”에 치를 떨며 『은유로서의 질병』을 써냈다. 질병의 사회적 은유가 사회구성원을 어떻게 ‘병 들게’ 하는지 날카롭게 분석한 저작이, 다름 아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왔음을 신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셋째, 무엇보다 이 책은 손택의 최후 몇 달을 통해 반추한 강인한 지성의 일대기로 읽혀야 한다. 아들 데이비드 리프는 “어머니가 이 세계에 존재했던 방식을 묘사할 어휘를 하나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열망’이 될 것”이라고 썼다.

손택에게 보고 싶지 않은 것, 하고 싶지 않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이란 없었다. 저항 정신과 야심으로 살아온 그녀는 생존의 대가로 치러야 할 고통은 개의치 않고, 시간을 벌고 싶어 했다. 먼저 떠나 보냈던 친구이자 저명한 문화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를 가리키며 “그렇게 연장한 기간 동안 그가 해낸 작업을 봐라”고 말하길 서슴지 않았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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