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仙' 보이다…WCO 주최 카네기홀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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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과 선도(仙道)의 부드러운 조화. 미국 관객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민족의 정신을 담고 있는 고유의 수련문화 선도(仙道)가 국악의 장단과 리듬 속에서 다시 태어나 미국 뉴욕 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세계문화오픈(WCO)이 주최한 '한국의 혼.한국의 맥, 새 천년을 누리세'공연이 250여명의 관객들 앞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 8시 맨해튼 57가 카네기홀에서 펼쳐졌다.

"예상치 못한 문화충격입니다. 한국 문화공연을 몇번 봤지만 이번에 정말 특별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스티브 포메란츠(65.관현악단 지휘자)는 선도의 수련과 춤이 한데 어우러진 공연에서 부드러움과 강함의 멋진 조화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국선도.도화재.기천문 등 3개 수련단체를 대표하는 아홉명이 국악 장단에 맞춰 깃털처럼 가벼운 몸으로 좁은 무대를 넓게 쓰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뉴욕 동포 1.5세인 강유선씨의 전통 춤이 이어졌다. 관객들이 가장 큰 박수를 보낸 것은 뉴욕한국국악원 박윤숙(57)원장이 이끄는 7명의 앙상블이 선보인 가야금 병창. 뉴욕시청의 지역사회국의 브루스 솔로몬 부국장은 "7명 가운데서도 열두살짜리 한유진양에게 특히 놀랐다"고 말했다. 박원장은 자신의 평생 스승인 유대봉 선생 타계 30주년을 맞아 유대봉류 가야금 산조도 선보였다. 임이조씨가 승무를 출 때는 여러 차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공연에는 또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인 고수(鼓手) 정철호 선생이 세번이나 출연해 가락이 한국 전통음악의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정씨는 박원장의 가야금 산조를 비롯해 판소리 수궁가를 남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멋드러지게 풀어낸 정의진씨, 그리고 가야금을 뜯으면서 춘향가 중 사랑가를 부른 강정열씨와 무대를 같이했다. 영화업계에서 일한다는 데이빈 라이치(27)는 "고전이건 현대건 한국 문화 공연을 처음 접해봤는데 이렇게 차원높은 줄은 미처 몰랐다"고 털어놨다.

공연은 이날 맨해튼을 시작으로 13일엔 뉴욕 플러싱 타운홀, 16일엔 워싱턴 인근 노던 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 슐레진저 콘서트홀에서 각각 열린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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