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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높아지는 김정일체제 비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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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일(金正日)숭배열기는 김일성(金日成)때보다 훨씬 열광적이다.냉철한 사람도 북조선 분위기에 휩쓸릴 정도다.』 지난해 평양을 방문했던 한 40대 무역업자는 『평양시내 대규모 실내경기장에 초청받았는데 김정일이 차를 타고 입장하는 순간,어린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열광하는 것을 보고 기가 질렸다』고 털어놓았다. 북한의 김정일은 최대 당면과제인 정 권안정을 위해 개인우상화작업과 함께 「잠재적 반대파 숙청」을 통한 공포정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최근 북한에서 나온 탈북자들이나 조선족들의 증언은 이 점에서 전적으로 일치했다.
북한측은 김정일 우상화를 위해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지난해 12월 옌볜(延邊) 조선족사회에서는 『평양시내 어린이 집체행사를 위해 북조선이 어린이 체육복 1만벌을 거액의 현찰을 주고 급히 사갔다』는 소식이 돌았다.『인민들이 굶는 판국에 무슨 짓이냐』는 비아냥이 일었다.
공포정치도 한층 심화되고 있다.탈북자와 조선족들은 『김정일이주석직 승계를 하지 않고 있을뿐 현재 권력강도면에서는 아버지보다 더 강력한 철권통치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김정일체제 비판도 높아가고 있다.탈북자 金모(44)씨는 『속을 터놓는 사람들끼리는 「먹거리.땔거리도 해결 못하는 이 나라가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걱정들을 한다』고 밝혔다.또다른 金모(60)씨도 『생활이 어렵다보니 서로 한탄 비슷하게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바로 이심전심의 체제비판』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식량배급에 대한 불만이나 『뇌물 없이는 무슨 일도 안된다』는등 고위층 부패를 들먹인다든지,범죄가 많아져 밤에 돌아다니기 겁난다는 이야기들은 과거와 달리 보위부(정보기관)도 단속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한사정에 정통한 한 조선족은 『지난 94년은 반란설에다 각종 정치사건이 겹쳐 북한전체가 정치적으로 바싹 긴장됐으나 지난해는 그래도 좀 나았던 편』이라고 말했다.
94년10월 발각된 함북주둔군(6군단)사건은 군단 정치위원과참모장등 고급간부들이 청진에 있는 중국.러시아 영사관을 공격한다음,중.러시아가 개입할 경우 평양보호를 명목으로 남진해 김정일을 치려는 대담한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뒤 고급 군관(장교)1백여명이 체포되고 군단전체가 해체돼 병력이 분산 배치되는등 북한전역이 들썩거렸다는 것.
또 같은해 김정일 경호를 맡은 호위총국내 1~2국이 김정일 암살을 기도하다 호위총국 전체가 대대적으로 개편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고급간부가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천도교사건은 평양과 평남.황해북도 일원에서 1만5천명을 무장시켜 김정일을 축출하는 반란을 기도했던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같은 사건들은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민 잠재의식을 바탕으로 주민들 입을 통해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라며 『이밖에 주체사상탑.개선문 폭파시도설이나 「김정일 언어장애설」등 별별 설들이 나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북한측은 『중국내의 남조선 정보요원들이 미인계로 군간부들을 포섭하려한다』고 역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
북한사람들과 접촉하거나 북한을 방문하는 조선족들의 말속에서도은연중 북한주민들의 불평이 묻어났다.
두만강변의 한 조선족마을 가게에 들렀다 만났던 50대 여주인은 『한국에 가는 조선족들이 소.말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데 중국에 오는 북조선사람들도 바로 소.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옌지(延吉)의 한 30대 택시운전사도 『북조선은 중국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문화혁명때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한 탈북자는 『현재 북한내에서 최대의 반(反)김정일세력은 별끗발이 없는 정무원.지방 하급간부와 인텔리계층』이라며 『이들은세상을 어느정도 아는데다 자신들의 생활난과 보위부.안전부의 엄격한 감시때문에 불평불만이 크게 누적돼 있다』 고 말했다.그는『지금 남한이 밀고 올라가면 아마도 절반이상의 주민들이 쌍수를들어 환영할 것』이라는 말로 주민들의 민심이반을 설명했다.
북한주민들도 「김정일보다 김평일(金平一)이 아버지를 더 많이닮았다」는 말로 은연중 김정일에 대한 반감을 표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김정일의 공포정치가 강화될수록 김정일의 계모 김성애(金聖愛)와 작은아버지 김영주(金英柱)등을 중심으 로 한 세력들의 반감도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북한내 정보에 밝았던 한 탈북자는 『때가 오면 김성애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평양 고위층들을 접했던 한 조선족(48)은 『북조선 상부에도「중국식으로 개혁해야 한다」거나 「남조선을 피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동적으로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가자」는 비판들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옌볜.선양=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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