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호감가면 '통큰'선물 선뜻-김정일의 사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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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일(金正日)을 만나본 인사들은 북한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는 그인 만큼 통이 크다고 말한다.또 그에 못지않게 소심하고세심한 구석도 발견된다고 전한다.이같은 성격은 특히 그의 사생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우선 그의 「큰 통」에 혀를 내두르는 사람이 적지않다.특히 김정일에게 일단 호감을 사면 「통 큰」 선물을 받아보기도 한다. 『한번은 유람선 선상파티에 초대돼 다섯 시간동안 만찬을 즐긴 적이 있다.송이버섯요리가 유난히 맛있다는 말을 하자 김정일이 즉시 뒤에 서있던 비서에게 「이분에게 송이버섯 한 비행기분을 보내드리도록!」하며 지시를 내렸다.그때는 농담인 줄 알고 웃어넘겼다.이탈리아에 돌아와보니 북한비행기 한대가 송이버섯을 가득 싣고 밀라노공항에 도착해 있다는 연락이 왔다.』(이탈리아실업가 카를로 바에리) 카피차 전 소련외무차관은 평양을 방문한소련관리로는 처음으로 김정일과 회담을 가졌던 인물이다.그는 월간정보지 「코리아 레포트」변진일(邊眞一)편집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84년 평양방문중 김정일과 사냥을 나간 적이 있다.김정일은그날 잡힌 동물들을 모두 통조림으로 만들어 보내주겠다고 했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뒤 정말로 8개의 커다란 상자가 소포로 도착했다.통조림과 함께 꿩 열 마리와 산양 두 마리가 실려있었다.한 트럭분이었다.』 김정일의 「통」은 건축물에서도 엿볼 수 있다.평양시 도시계획을 대형건물위주로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평양에서는 오히려 작은 것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다는게 방문자들의 지적이다.평양 개선문은 파리에 있는 「오리지널」 개선문보다 11나 더 높은 60이고,주체사상탑은 1백70나 된다.만수산 언덕의 김일성 황금동상은 높이가 20에 디딤돌만 3나 돼 바로 앞에 서면 발밖에 안보일 정도다.북한이 야심차게 건설하다 외화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된 유경호텔도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보다 20나 높은 1백5층으로 설계됐다.
이처럼 「통이 큰」 김정일에게 남달리 세심한 구석이 있다는 것은 선뜻 믿기지 않는다.김정일의 세심함은 우선 그의 옷차림에서 드러난다.자신의 옷을 직접 디자인해 입을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다.
80년대 양복을 입어보기도 했던 김정일은 그만의 독특한 「인민복」을 디자인해 입고 다닌다.그가 가장 즐겨입는 인민복은 김일성이 입고 다녔던 인민복과는 사뭇 다르다.웃옷에는 지퍼를 달았고 불룩 튀어나온 배를 감추기위해 상의와 바지의 라인을 부드럽게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꼼꼼함은 집무실에서도 나타난다.그의 집무실을 방문해본 인사들에 따르면 책상 오른편으로 회의용 탁자가 길게 놓여 있고 고급 양탄자가 한 복판에 깔려있다고 한다.하지만 벽에 걸린 12대의 TV수상기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전한다 .이들 수상기는 위성수신장치를 갖춰 한국.일본.미국의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김정일의 별장인 「특각」에도 위성수신용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 일본프로야구 야간경기가 그대로 중계된다고 한다.
영화광인 그가 TV시청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지만 북한과 같이 폐쇄된 사회에서 외국의 방송은 고급정보를 신속히 전달해 주는 무시못할 기능을 한다.각종 정보를 놓치지 않고 챙기려는 그의 꼼꼼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카첸코 전 러시아 외교부 부부장도 김정일이 갖고 있는 정보력에 놀랐다고 말하면서 국내외의 각종정보가 신속히 전달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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