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은 학용품값 정도가 적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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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설날의 상징처럼 돼버린 세뱃돈.물론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음의표시로 건네지는 돈이지만 최근들어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이라는 의견이 많다.돈에만 눈이 어두워(?)조상의 음덕(蔭德)을 기리고어른을 공경하는 설날 고유의 의미가 퇴색되는등 본말(本末)이 뒤바뀔 우려마저 있다는 것.
지난해 윤선생 영어교실이 전국 초등학생 5백21명을 대상으로조사한 설날 세뱃돈 평균은 4만1천원.20만원이상 받은 어린이도 4명이나 돼 단순히 예뻐서 주는 돈이라고 치부하기엔 문제가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민속학자 임동권(任東權.70.중앙대 명예교수)박사는 『설날이언제부터 우리 민족의 명절인지 연원을 알수 없는 터라 세배와 세뱃돈에 대한 기원 또한 정확히 알기 힘들다』고 전제,『굳이 따지자면 세배는 고대 마한(馬韓)이나 후백제 시 대의 기세배(旗歲拜.형제맺은 동네가 정월 대보름날 마을 어귀에 모여 절을 주고받는 풍습)로 거슬러 올라가며 요즘같은 세배가 정착된 것은조선시대로 짐작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추정은 조선시대때 편찬된 주자가례(朱子家禮)나 삼강오륜(三綱五倫)에 따른 것이다.웃어른에 대한 아랫사람의 당연한 도리로 세배하면 덕담과 함께 떡이나 과일을 내놓는게 전통적인 세뱃돈 개념이라는 의견.
그는 『돈이 횡행하는 요즘 세태는 60~70년대 산업화 과정의 부산물』이라면서 『아이들이 돈을 적게 주면 쩨쩨한 사람으로인식하는 비뚤어진 사고방식은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
성균관 강정희(姜正熙.79)전례위원장도 『어릴때 세배하고나면어른들은 덕담을 하면서 떡국을 내놓았고 극히 드물게 동전 몇닢을 받은 기억이 난다』고 회고하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거금(?)을 성큼 쥐어주는 세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한다.아이에게 맞는 선물을 주는게 가장 좋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학용품을살 정도의 현금이 적당하다는게 그의 충고.
예지원 권명득(權命得.59)교육본부장은 세뱃돈을 저축습관을 기르는 계기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예전에는 아이가 세배하면 계란을 하나 줘서 이를 닭으로 부화시키게 하고 닭을 키워 더 큰 가축을 사도록 하는 식이었다』고 설명.그러나 이제는 세뱃돈이 현금으로 인식된 이상 아이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돈으로 줄이는 한편 헤프게 쓰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한다고.
회사원 김봉규(金鳳奎.45.경기도안양시석수동)씨는 『일본의 경우 학교에서 사친회를 통해 세뱃돈을 5백엔(약 3천7백원)이상 주지말라고 학부모들에게 알리는등 교육적 측면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있어 감명받았다』면서 가능한한 세뱃돈은 자 그마한 선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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