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영어교육열풍>3.담당교사.교재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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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참새들은 참 좋겠다.「짹짹」소리만 배우면 될테니….』 외국인이 가르친다고 요란하게 선전하는 영어학원의 가방을 든채 학원버스를 기다리던 초등학생들의 얘기에 유치원 교사 정미선(26.
서울문정동)씨는 화들짝 놀랐다.몰랐던 것들을 익히는 재미가 꿀맛 같아야 할 어린이들이 배움을 끔찍스러워 하다니.
정씨의 유치원에서도 영어교육을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성화때문에외국인 강사 초빙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터라 어린이들의 얘기가자꾸 신경쓰였다.
노란 머리,파란 눈의 원어민(原語民) 강사만 있으면 영어에 대한 고민이 저절로 해결되리라는 신화(?)가 문제다.법무부가 영어강사 자격으로 비자를 정식 발급한 외국인은 95년말 현재 4천2백30명.그러나 실제 영어강사로 활동하는 외 국인은 10배 이상일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한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ESL.TESOL등의 자격을 갖춘 강사들은 주로 대학 등 공식교육기관에 속해 있다.일반 영어학원의 외국인 강사들 가운데는 배낭여행족을 비롯한 무자격 강사가 흔하다.따라서 「세계 수준의영어교육」을 내세우는 학원들은 영어권 국가의 교사경력자나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계 2세들을 선발한다.또 미국정부가 승인.지원하는 영어지도법을 특정대학에서 다시 익힌 뒤 그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초등학 교에서 실습까지 마치게 하고있다. 내년 3월부터 영어를 정규 교과목으로 배우게 될 초등학교 3학년 1만6천6백62학급의 사정은 어떤가.상당수의 교사들이 『큰 무리없이 영어를 지도할 수 있는 교사가 과연 얼마나 될는지를 생각하면 아득하다』며 걱정한다.
서울의 경우 금년중 1백20시간의 연수과정을 거친 1천4백명의 교사들에게 초등영어를 맡긴다지만 과연 「중학교에서 배울 영어를 미리 가르치는 식의 영어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을는지 미심쩍다는 것이다.교사들의 「준비상태」가 불완전할수 록 교과서와교재는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검인정도서인 영어교과서.교재 제작에 참가중인 업체들이교육부의 집필방침에 따라 오는 7월 첫 검인정심사를 받기까지 제작기간은 반년남짓 뿐이다.이처럼 촉박한 시간에 쫓기면서 교사들의 한계를 보완할만한 「수준급」교과서와 비디오 테이프 등의 교재를 만들 수 있을지 우려의 소리도 높다.
한국과학기술대 멀티미디어연구센터 소장 김수용(金壽勇)교수는 『교육과 오락의 개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멀티미디어를 적극활용한다면 초등영어의 여러가지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빼어난 영어교육용 멀티미디어 프로그램들은 영어교육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비(非)영어권국가로 수출할 길도 넓으므로 국가적인 배려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金교수는 강조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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