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을/할부] 놀다 잃어버린 결혼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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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7년차의 주부입니다. 추운 2월에 결혼했지요. 털털한 성격에 액세서리 없이 다녔는데 결혼을 하며 반지를 맞추게 됐죠. 신랑이랑 다이아몬드 3부가 들어간 걸로 골랐습니다. 많이 비싸진 않았지만 저로서는 큰맘 먹고 한 것이지요.

신혼 초 잠깐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어느 날 시어머님이 시골에 내려가신다더군요. 겸사겸사 친정에 놀러갔습니다. 동네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저녁에 만났습니다. 신랑에게는 차 한잔 마시고 밤 10시까지 들어오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제가 노는 걸 워낙 좋아합니다. 친구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요. 급기야 화가 잔뜩 나신 친정아버지한테 쫓겨났답니다. 죄 없는 신랑과 집으로 와야 했지요. 신랑도 화가 났겠지만 그래도 별말 안 하더군요.

근데 이게 웬일인가요. 손가락에 있어야 할 결혼 반지가 없어진 겁니다. 아무리 뒤지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들킬세라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다가 예물을 한 곳에 가서 다시 몰래 반지를 맞췄습니다. 10개월 할부로요. 새 반지를 자세히 보니 조금 달랐어요. 원래 반지는 화이트골드가 들어갔는데 새것은 그 부분이 그냥 골드더라고요. 신랑은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그런데 이건 또 뭔 일이랍니까. 집에 도둑이 들어 신랑과 제 예물을 몽땅 훔쳐가 버린 겁니다. 할부금을 몇 달 남기고, 가슴만 쥐어뜯었지요. 신랑은 “다시 하자”고 했지만 아직까지 저희 손가락은 비어 있습니다. 신랑, 미안해. 그땐 차마 놀다가 잃어버렸다고 할 수 없었어.

나윤정(강동구 성내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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